[방콕 25시]탈북자 「그들」은 어디에?

  • 입력 1998년 12월 8일 19시 39분


‘도대체 그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요즘 태국 교민사회에 ‘그들’이 보이지 않아 화제다. ‘그들’이란 바로 탈북자인 김, 박, 조씨 3인. 모두 무국적자다.

얼마전부터 이들 세 사람은 교민사회에 얼굴을 감추었다. 불과 한달전까지만 해도 가끔 나타났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바로 아시아경기 때문. 사흘 걸러 거처를 옮기며 살아온 이들에게는 이번 아시아경기가 불안하기 짝이 없다.

혹시 이번 대회에 참가한 북한선수단 중 이들의 얼굴이라도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가는 큰 일이기 때문. 무국적자로 잡혀 북한으로 다시 송환되는 날엔 모든 것이 끝장이다.

청진이 고향인 김씨는 96년 베트남과 캄보디아 국경을 넘어 태국까지 걸어서 왔다. 지금은 행상 공사장 막일 등 닥치는 대로 일하며 살아간다.

조씨(33)는 강계가 고향. 96년 두만강을 건넌 뒤 중국, 라오스를 거쳐 태국까지 왔다. 김씨와 마찬가지로 잡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박씨(33)도 김씨와 같은 청진이 고향. 조씨와 중국에서 만나 천신만고 끝에 방콕에 왔다.

이들 세사람은 모두 북한 노동자 출신. 꿈도 모두 똑같이 언젠가 한국에 가서 사는 것이다. 이들이 이곳까지 걸어서 온 것도 서울로 가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만약 자신이 노동자가 아니고 북한에서 높은 지위에 있었다면 지금쯤 한국에서 환영받고 살고 있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방콕의 한 교민은 “그들도 얼마나 한국팀을 응원하고 싶겠는가. 분단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방콕〓김화성기자〉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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