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뭄 탈출』의원후원회 붐…실세들 행사엔「장사진」

  • 입력 1998년 11월 24일 19시 04분


올 하반기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서 돈가뭄에 시달린 여야의원들의 후원회행사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이달만해도 40여건의 후원회가 열렸거나 열릴 예정이다.정권교체로 여당의원들의 후원회행사가 전반적으로 성황을 이룬 반면 야당의원들의 경우 과거보다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국민회의 일부 동교동계 실세의원과 고위당직자의 후원회행사에는 당지도부와 소속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줄을 서서 후원금을 내는 등 성황. 일반 의원들도 전반적으로 모금액수가 많아졌다. 공동여당인 자민련도 비슷한 실정. 자민련 J의원은 “작년에는 후원회 당일 모금액을 합쳐 1억원이 채 못됐는데 올해에는 후원회 전에 송금된 금액만 8천만∼9천만원”이라며 싱글벙글.

한나라당 의원들은 야당으로 전락한 현실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일부는 모금액이 행사비용에도 못미칠 것을 우려해 후원회 개최 자체를 포기하기도 했다. 최근 P의원은 여당의 Y의원과 같은 장소에서 후원회를 열었으나 Y의원쪽은 2천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데 비해 P의원은 1천명도 채 안됐다.

○…여야 중진의원들도 돈가뭄해소를 위해 후원회를 앞다퉈 개최하고 있는 실정.

지난해 후원회를 열지 않았던 국민회의 김상현(金相賢)의원은 26일 세종문회회관에서 후원회행사를 개최하며 자민련 박철언(朴哲彦)의원도 93년 슬롯머신사건으로 구속돼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자동 해산됐던 후원회를 부활해 24일 첫 모금행사를 가졌다.

한나라당 신상우(辛相佑)국회부의장은 71년 8대국회때 정계에 입문한 이래 처음으로 20일 후원회를 열었다. 그동안 부산에서 기업하는 인척의 도움을 받아왔으나 이 기업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어쩔 수 없이 개인후원회를 열게 됐다. 걷힌 후원금은 1억원을 웃돌아 비교적 성공적이었으나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이 들어온 것은 거의 없었다는 후문. 대부분 10만∼50만원의 소액이어서 은행에서 돈세는 기계를 빌려와 후원금을 셌다.

반면 4선의 국민회의 조순형(趙舜衡)의원은 15대 국회에서 한번도 후원회를 열지 않았으며 올해도 계획이 없는 상태. 평소 의정활동에만 전념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조의원은 “세비와 당원의 당비로 활동비를 충당하기 때문에 총선직전외에는 후원회를 열지 않고 있다”고 설명.

○…후원회 행사내용도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국민회의 조홍규(趙洪奎)의원은 남미인들로 구성된 밴드와 국악인 등을 초청해 ‘문화의 밤’행사처럼 진행해 호응을 받았다. 방송인 출신의 자민련 변웅전(邊雄田)의원 후원회에는 방송사의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반주하고 영화배우 가수 등 연예인들이 모여 녹화장을 방불케 했다. 한나라당 권오을(權五乙)의원은 식전 행사의 하나로 화려한 에어로빅 공연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한편 국정감사기간중에 의원후원회가 무더기로 열려 눈총을 받았는데 국민회의 장영달(張永達)의원 등 일부는 이를 국감 이후로 미루기도 했다.

〈양기대·김정훈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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