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日관계 새 국면

  • 입력 1998년 10월 8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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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韓日)관계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가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선언 11개항과 그에 따른 행동계획 43개항은 바로 21세기 한일관계의 지침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나라가 얼마나 성의를 갖고 서로를 이해하며 합의사항을 실천해 나가느냐가 앞으로의 과제다.

관심이 쏠렸던 과거사문제는 일본이 처음으로 지난 시대의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명히 하면서 한국 국민에게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했다. 이를 외교문서로 명문화한 것도 처음이다. 과거사문제를 해결하려는 일본의 성의와 진심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가해사실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언급이 없어 아쉽다. 특히 일본이 과거사와 관련된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그럼에도 이제는 두 나라가 ‘과거사의 덫’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과거사를 완전히 없던 일로 할 수야 없지만 이 문제를 일단 정리하는 것이 서로의 미래를 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과거사문제로 더 이상 서로의 감정이 고조되게 해서는 안된다.

일본 군국주의 침략을 합리화하는 행동이나 망언이 또다시 재연된다면 두 나라간 불신의 골은 전처럼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의 일부인사나 단체는 자제해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확인했듯이 양국이 21세기의 동반자로 함께 대처해야 할 일은 무수히 많다. 정치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서로 지혜를 모아 슬기로운 선택을 해나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두 나라가 매년 한번씩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각료회담을 정례화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합의다. 그같은 양국의 빈번한 교류와 접촉은 동북아는 물론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기회를 확대할 것이다.

그러나 한일간에는 아직도 미묘한 사안들이 산재해 있다. 일본의 안보 군사 역할에 대해서는 주변국들의 견해가 다르다. 일본의 6자회담 주장이나 안보리 진출문제에 대해 우리가 적극적인 지지를 할 수 없는 것도 이같은 동북아 전체의 기류를 감안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은 호혜원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양국 정상이 합의한 문화 스포츠교류 확대, 경제협력과 대북(對北)공조, 국제사회에서의 협력 등도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이 한일 양국의 21세기 동반자관계를 전적으로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함께 미래를 지향한다는 결의로 서로가 마음을 열어야 한다. 진실한 동반자 관계의 구축여부는 갈등과 불신의 원인을 제공한 일본이 앞으로 하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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