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1 재보선]투표율 저조…「정치 냉소」 심화

입력 1998-07-21 19:21수정 2009-09-25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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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선거구에서 실시된 ‘7·21’ 재보궐선거는 예상대로 상당히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 정치현실에 대한 유권자들의 무관심과 냉소주의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이날 오후3시 현재 평균 투표율은 32.2%로 지난 15대 총선과 ‘6·4’지방선거 당시 같은 시간대의 이들 지역 평균 투표율 47.8%와 39.5%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이는 15대 국회 들어 9군데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재 보궐선거의 오후3시 평균투표율 43.6%와 비교해도 11.4%나 낮은 수준.

물론 7개 선거구의 투표율이 모두 저조했던 것은 아니다. 지역별로 볼 때 해운대―기장을(48.6%)과 광명을(41.4%), 강릉을(44.6%) 등 3곳은 40%를 상회해 이들 지역의 역대 선거와 비슷한 수준의 투표율을 보였다.

이들 지역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은 여야의 거물급 정치인이 출마, 정치권이 ‘간판스타’를 대거 동원하는 총력 유세전을 벌였거나 당의 명운을 건 유세전을 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 수원팔달은 20.1%로 역대 국회의원 재 보궐선거 사상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던 97년 3월 수원 장안선거구(32.7%)의 오후3시 투표율 25%를 밑돌았고 종로(26.5%)와 서초갑(29.6%)의 투표율도 저조했다.

이처럼 투표율이 저조한데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하의 경제난으로 유권자들이 실업 임금삭감 물가고 등과 같은 당면 현안 외에 정치문제에 큰 관심을 기울일 수 없는 현실적인 여건을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15대 대선과 ‘6·4’지방선거 등 전국 규모의 선거를 치른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이번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약해진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여야의 끝없는 정쟁으로 15대 후반기 국회 원구성조차 하지 못하는 정치권의 구태와 흑색선전, 금품살포로 얼룩진 이번 선거의 혼탁상이 유권자들의 등을 돌리게 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투표율이 낮을 것을 우려해 총선 등 전국 규모 선거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투표참여 캠페인을 벌였으나 유례없는 혼탁선거 양상 때문에 결국 투표율이 낮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물론 지난 ‘6·4’지방선거 때의 투표율이 52.6%로, 60년12월 광역단체장 선거(38.8%) 이후 38년만에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했던 만큼 저투표 현상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선거 외면과 이로 인한 현실정치의 고착은 결국 유권자들의 피해로 되돌아간다는 점에서 정치적 무관심이 확산되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결국 정치권은 여야 모두 유권자들에게 아무런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점을 절실히 반성해야 하지만 유권자들도 주권 행사의 의미를 좀 더 자각하는 능동적인 자세가 아쉽다는 지적이 많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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