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잠수정사건 주내 매듭」입장 정리할듯

  • 입력 1998년 6월 28일 20시 43분


북한 잠수정 사건이 ‘침투’로 밝혀져 국방의 허점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가 사건의 조속한 마무리를 모색하고 있어 이번 주가 남북관계 국면전환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북 햇볕론에 대한 일부 비판적인 여론과 우려가 없지 않으나 대북정책의 일관성은 필요하며 남북관계 전체가 경색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조기 국면전환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29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30일 유엔사와 북한간의 장성급 회담을 통해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을 추궁하는 선에서 사건 마무리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북한의 태도다. 북한이 군사적 목적의 한국영해 침범을 순순히 인정하고 나온다면 잠수정은 압류한 채 승조원 시체만 돌려주는 선에서 실질적 사태 수습이 가능하나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남북관계가 불가피하게 경색될 우려가 있다.

북한은 96년 9월 강릉 잠수함사건 때도 한국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백배 천배 보복하겠다”는 위협을 늘어 놓다 결국 미국과의 대화를 거쳐 3개월만에 유감표명과 유사사건 재발방지 다짐을 담은 성명을 냈었다.

정부는 그러나 이번엔 북한도 파문의 확산을 원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주영(鄭周永)현대 명예회장의 방북으로 남북경협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일로 남북관계가 뒷걸음질 친다면 북한으로서도 득이 될게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특히 북한이 조평통 명의의 성명을 통해 잠수정과 승조원 시체의 즉각 송환을 요구하면서도 종전과는 다소 다른 태도를 보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조평통 성명은 “잠수정이 남조선 해상에서 발견됐으면 그 사실을 북측에 알려주고 배를 구조해야 할 것이나 어떤 인도적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는 물론 한국정부를 비난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정전협정 위반 사건 처리에 있어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다 하더라도 여론이 납득할만한 수준이 못되면 정부가 생각하는 남북관계의 조기 국면전환이 여의치 않을 수도 있다.

정부는 대북정책 3대원칙의 첫번째로 ‘무력도발 불용’을 꼽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실질적인 조치 없이 말로만 북한에 항의하는 수준에서 사건을 마무리하는 방안에 대해 내심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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