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6·4선거이후 정계개편 싸고 신경전

  • 입력 1998년 6월 2일 19시 45분


‘6·4’지방선거 이후 본격화될 정계개편을 둘러싸고 여야간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이 과정에서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기세싸움도 만만치 않다.

여권은 그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선거 후 정계개편의지를 거듭 강조하면서 국민에게 원활한 정계개편을 위해 표를 몰아달라고 호소해 왔다.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선거가 끝난 뒤 정계개편은 필연적”이라며 정계개편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이어 “선거 후 한나라당에서 이탈할 수 있는 의원이 두자릿수가 될 것 같다”고 말해 한나라당을 자극했다.

한나라당은 즉각 여권이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시도할 경우 즉각 정권퇴진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여권의 정계개편 추진계획이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어갈 경우 선거 참패가 뻔한데다 실제 정계개편이 이뤄지면 당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서청원(徐淸源)사무총장이 2일 기자회견을 갖고 “현정권의 정계개편 음모의 목표는 한마디로 ‘호남왕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면서 “정계개편이 성공하면 호남인사 독식 추세는 더욱 심화돼 전국토가 호남지배체제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시선거대책위원장인 김덕룡(金德龍)부총재도 “현정권이 또다른 형태의 독재, 즉 신권위주의로 나아가고 있다는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정계개편을 하겠다는 것은 의원 빼가기로 여대야소를 만든 뒤 신권위주의체제로 확실하게 가겠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겉으로는 이처럼 결사항전을 외치고 있지만 일부 의원들의 동요 가능성과 당권경쟁으로 인한 당의 조기분열이 현실로 나타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한나라당내에서 점증하고 있는 것도 분명한 현실이다.

이런 한나라당을 향한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정계개편 주도권 싸움도 치열하다.

이 싸움은 자민련 김용환(金龍煥)부총재가 지난달 30일 충청지역 지원유세에서 “지지기반이 튼튼해야 정계개편에 주도적으로 참가하고 내각제도 이룰 수 있다”고 말하면서 겉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그 이전부터 양당은 한나라당 김윤환(金潤煥)부총재를 매개로 정계개편을 이끌어 내기 위해 심한 신경전을 벌이는 등 정계개편 방향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왔다.

최근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총무대행과 김부총재간의 두차례 만남,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서리와 김부총재간의 회동설이 나도는 것도 이같은 정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김차수·양기대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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