閣議발언 공개 『신경쓰이네』…일부장관 『비공개』주장

  • 입력 1998년 4월 16일 20시 29분


“국무회의에서의 발언 내용을 미주알 고주알 모두 공개하면 진정한 토론이 이루어지겠느냐. 외국에서도 발언자와 발언 내용을 일일이 공개하지는 않는다.”

새 정부 들어 ‘투명한 정책결정’을 위해 국무회의 등 정부의 공식회의 내용을 상세하게 공개하는 데 대해 일부 장관들이 이런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최근 일제 때의 군대위안부 지원금 지급문제 등에 대한 국무회의 토론내용이 공개되면서 ‘정책 혼선이 아니냐’는 비판여론이 인데 따른 것이다.

토론 내용이 일일이 공개되면 장관들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발언을 자제하거나 지나치게 외부를 의식한 ‘인기 발언’도 하게 된다는 것이 장관들의 주장.

이에 따라 총리실은 국무회의 발언 공개에 관한 나름의 조정안을 내놓을 생각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국무회의 쟁점은 브리핑하되 누가 무슨 발언을 했는지 등은 가급적 공개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불만은 일부 장관들이 스스로 준비부족이나 실수 때문에 대통령의 질책을 받거나 다른 장관들의 문제제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빈발한 데 따른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국무회의에서 정책토론이 활성화되면서 장관들의 ‘실력’이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군대위안부 지원금 문제만 해도 부처간은 물론 관련 단체와 충분한 사전 조율을 거친 뒤 국무회의에 상정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그동안의 국무회의 브리핑도 모든 토론내용을 일일이 공개한 것이 아니었다. 의결 내용만 공개했던 과거 정부에 비해 비교적 상세한 내용을 브리핑하는 편이지만 나름대로 토론내용을 걸러서 발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와 관련, 정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익명(匿名)속에 감춰진 정부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정책실명제’ 실시까지 검토하는 마당에 회의내용을 보다 상세하게 브리핑하지는 못할 망정 비공개를 주장하는 것은 아무래도 군색하다”고 말했다.

〈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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