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투개표 표정]박근혜씨 『유력』소식에 눈물글썽

  • 입력 1998년 4월 3일 0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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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구▼

개표가 진행된지 2시간여만인 밤 9시반이 넘어서면서 한나라당 정문화(鄭文和)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는 등 일찌감치 당락(當落)의 윤곽이 드러났다.

당초 정후보는 무소속 곽정출(郭正出)후보와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단 한차례도 1위를 빼앗기지 않은 채 개표 초반부터 상당한 표차로 곽후보를 따돌렸다.

밤 9시반경 23%의 개표율을 보인 가운데 정후보는 4천4백29표(득표율 32%)를 득표, 2천7백76표(득표율 20%)를 얻은 곽후보를 무려 12%포인트 차로 앞서나갔다.

정후보측 선거사무실은 일찌감치 승부가 갈라지자 덤덤한 표정으로 다른 지역의 개표상황에 관심을 기울이는 등 대조적인 분위기였다.

반면 정후보측 사무실은 투표가 마감된 오후6시 정각 MBC와 SBS의 출구조사결과 곽후보를 6∼8% 앞선 것보다 표차가 더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일제히 “정문화” “만세”를 연호하며 환호성을 지르는 등 잔칫집분위기로 돌변했다.

▼대구 달성▼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후보는 방송사의 투표자 전화조사에서 ‘당선유력’으로 나타나자 한동안 아무 말도 못한 채 눈시울을 붉히는 등 감격에 겨운 모습이었다.

TV를 통해 박후보의 ‘당선유력’사실이 발표되자 지구당사에서 뉴스를 지켜보던 자원봉사자들은 “와”하는 함성을 질렀고 박후보도 자원봉사자들을 차례로 껴안는 등 축제분위기였다.

한 여성유권자는 ‘새마을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덩실덩실 추면서 축제분위기를 돋웠고 박후보도 여기에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이날 지구당사에는 박후보의 친동생으로 한동안 박후보와 소원한 관계였던 서영(書永)씨가 당선축하차 방문, 눈길을 끌었다.

국민회의 엄삼탁(嚴三鐸)후보 사무실은 투표자 전화조사에서 박후보에 비해 3.6% 정도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초상집분위기였다. 엄후보 진영은 득표율격차가 오차의 한계(±4%) 안에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개표방송을 계속 지켜봤으나 개표가 30% 이상 진행될 때까지 박후보가 두배 이상 앞서 나가자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엄후보는 이날 밤 9시반경 지구당사를 방문, 당직자들에게 “미안합니다”고 위로하면서 선거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문경―예천▼

1, 2위 순위가 뒤바뀌기를 수십차례. 문경―예천 보궐선거 개표는 시시각각 엎치락뒤치락을 계속하는 접전이었다.

이 때문에 개표상황을 지켜보던 자민련 신국환(辛國煥), 한나라당 신영국(申榮國)후보 양 진영은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며 긴장을 풀지 못했다. 순위가 역전돼 1위로 올라설 때마다 박수와 환호로 지지후보를 축하했지만 또다시 순위가 바뀔 때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숨을 죽였다.

이같은 상황은 문경과 예천 두 지역간에 극심한 소(小)지역대결 양상을 보인 때문이었다. 문경 출신의 신영국후보는 문경에서 신국환후보보다 3배이상 표를 얻었고 예천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승부는 결국 유권자수에서 판가름났다. 문경이 예천보다 유권자수가 1만7천명 많았기 때문. 비록 예천의 투표율이 문경보다 5%포인트 높았지만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이날 밤 11시를 넘어서면서 역전극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신영국후보가 1천∼2천표 차로 신국환후보를 따돌리기 시작했고 신영국후보의 당선은 굳어져갔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지구당사무실은 금세 축제분위기로 변했고 준비한 떡과 음료수를 나눠먹으며 승리를 자축했다. 당원들은 밤늦게야 얼굴을 드러낸 신영국후보를 헹가래치며 목에 화환을 걸어줬고 사무실은 온통 박수와 환호성으로 가득찼다.

그런 한편으로 지역주민들은 “이번 선거로 또다시 드러난 문경과 예천의 지역대결 양상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경북 의성▼

개표가 계속되는 동안 자민련 김상윤(金相允)후보측과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후보측은 투표결과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 채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오후6시 MBC에서 방송한 여론조사기관의 출구조사 결과 한나라당 정후보가 자민련 김후보를 다소 앞선다는 방송이 보도될 때만 해도 정후보측 관계자들은 당선인터뷰를 준비하는 등 비교적 여유를 보였으나 개표가 시작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그러나 개표 초반 김후보가 앞서나가면서 오후 8시반경 김후보가 5천85표를, 한나라당 정후보가 4천54표를 득표하자 정후보진영은 크게 긴장하면서도 먼저 개함한 투표함이 김후보에 유리한 지역이라며 자위하기도 했다. 밤 11시경 정후보측 우세지역인 다인면지역의 투표함이 열리면서 전세가 완전히 역전되자 김후보측 선거운동원들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부산·대구·문경·의성〓정용균·김정훈·이철희·공종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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