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風정국]與『사법처리 신중』 野『정치공작 답습』

  • 입력 1998년 3월 25일 19시 59분


북풍조작사건을 둘러싸고 연일 설전을 벌여온 여야는 25일에도 국회본회의에서 긴급현안질문을 통해 한차례 전투를 벌이는 등 진상규명을 둘러싼 논쟁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강도는 조금 달랐다.

▼ 여권 ▼

북풍조작사건의 진상규명은 철저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정치인에 대한 사법처리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북풍수사가 ‘경제살리기’에 장애가 돼서는 안된다는 데 여권 수뇌부의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이날 모처럼 한나라당을 비난하는 내용의 논평을 내지 않고 한나라당을 자극하는 내용의 언동을 피한 것도 이같은 기류의 반영이다.

그러나 여권은 한나라당이 북풍사건의 본질을 ‘국민회의와 북한간의 커넥션’으로 본말을 전도시키려는 기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한다는 생각이다.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 수사를 끝낸다는 당의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여권수뇌부는 북풍사건이 한나라당과 연계돼있다는 확신만큼은 굽히지 않는 분위기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북풍공작과 한나라당의 관계를 뒷받침할 물증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만일 한나라당의 정치공세가 인내의 수위를 넘어설 경우 ‘진상규명’이라는 명분하에 확보된 물증을 공개, 한나라당에 도덕적 치명타를 가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 한나라당 ▼

구여권이 북풍조작과 관련된 새 증거를 포착한 것처럼 흘리는 것은 ‘야당압박용 공갈전략’이라고 보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조세형국민회의총재권한대행이 “북풍사건의 본질은 야당후보를 떨어뜨리려는 안기부의 공작”이라고 말한 데 대해 강하게 성토했다. 현재 안기부 조사와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이같이 말한 것은 “사건의 본질을 예단해 수사를 특정방향으로 몰아가도록 지시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은 또 여권이 과거 많은 부작용을 낳았던 관계기관대책회의를 부활시켜 북풍사건을 엉뚱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23일 밤 관계기관대책회의를 연 뒤 여권이 강경입장으로 선회한 것은 군사독재시대 정치공작의 답습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한나라당은 또 안기부에 대한 우방의 불신이 고조되는 등 정보수집기능이 심각한 위기에 빠진 점을 물고 늘어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정확한 정보를 구할 수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김차수·윤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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