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씨 자해냐 자살기도냐]검찰 동정 노린 「정치적쇼」

입력 1998-03-22 19:53수정 2009-09-25 18:28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권영해(權寧海)전안기부장은 자살을 기도한 것일까, 아니면 어떤 효과를 겨냥한 자해소동을 벌인 것에 불과할까.

조사실안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입장이 난처하게 된 검찰은 권씨의 행동을 ‘정치적인 쇼’로 단정하면서 ‘문구용 칼날로 배를 상처내는 자살기도가 있을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검찰은 우선 권씨가 미리 자살을 결행하려 했다면 청사로 소환되기 전 집이나 제삼의 장소를 택해 ‘단행’할 수 있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권씨가 변호사나 지인들에게 “억울하다”고 몇차례나 말했던 점으로 미루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려 했다면 장문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거나 아니면 끝까지 법정투쟁을 해야지 검찰의 조사를 받자마자 그런 소동을 벌일 이유가 없다는 것.

검찰은 또 권씨가 문구용 칼날을 이용하더라도 손목이나 목 등 ‘치명적인 부위’를 택하지 않고 복부를 택한 점, 자해후 화장실 변기를 두들겨 부수며 사고사실을 알린 점 등을 들어 ‘자해소동’일뿐이라고 주장한다. 권씨가 자신을 북풍공작의 총책임자로 낙인찍은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해 동정적 여론을 유도하고 특히 수구세력이 자신을 위해 어떤 행동을 해주기를 바랐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있다.

반면 권씨 가족이나 변호인측은 ‘자살미수’라고 반박하고 있다. 권씨가 검찰출두전 “국가안보를 위해 충심으로 한 일이 이렇게 되다니 초라함을 느낀다. 패장의 길이 이것밖에 더 있겠느냐”고 말한 점으로 보아 권씨가 출두전부터 자살할 의도가 있었다는 것. 오제도(吳制道)변호사는 “권씨가 자신의 뜻을 마지막까지 관철하려다 실패하자 조사가 끝난 뒤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해당사자가 아닌 의료진의 시각은 어떨까.

수술을 집도한 김인철(金仁哲)강남성모병원 의과연구원장은 자해 자살 어느쪽에 대해서도 분명한 선택을 피하면서 “가장 큰 상처는 깊이가 5㎝에 달했다. 이로 인해 복막근과 복벽혈관이 끊어졌고 출혈이 심해 2천5백㏄를 수혈했다. 이 정도면 굉장히 많은 양이며 이성을 잃지 않고는 이 정도의 가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살할 의도가 엿보인다는 뉘앙스다. 서울대의대 정신과 조두영(趙斗英)교수는 “권부장이 세번이나 가해를 한 점, 상처의 크기 등으로 미뤄 적어도 그 순간 만큼은 자살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권씨가 검찰에 출두하기전 가방에 칼날을 숨겨가지고 온 점을 들어 자살론을 반박한다. ‘어떤 의도’가 있지 않고서는 안기부장을 지낸 사람이 가방에 문구용 칼을 가지고 다닐 일이 없다는 반론이다.

〈이원홍·이헌진기자〉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