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공작 파문]안기부,「안전기획」 능력있나?

  • 입력 1998년 3월 20일 20시 08분


“새 정부의 안기부가 옛 안기부보다 과연 나아진 게 있는가.”

권영해(權寧海)전부장 시절의 안기부가 ‘북풍공작’을 주도한 사실이 밝혀져 국민이 경악하는 가운데 현 안기부는 이의 조사과정에서 미숙하기 짝이 없는 일처리로 허점만 노출하면서도 오만한 자세는 여전해 국민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확인되지도 않은 첩보수준의 설 등을 여과 없이 흘리거나 철저히 비밀리에 관리해야할 정보망의 존재까지 서슴없이 밝히는 등 국가 최고 정보기관으로서의 본분을 잃은 처사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목숨을 걸고 정보 첩보전쟁에 나선 요원의 활동상과 관련된 문건이 비록 조작된 것일지라도 버젓이 나도는 일을 사전에 감지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후에 이를 수습하는 과정도 지극히 서툴러 국민을 혼란하게 하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물론 옛 안기부 간부들이 정보기관 본연의 임무를 넘어서 정치에 공작적으로 개입한 일을 철저히 파헤쳐 안기부 개혁의 계기로 삼는 일은 옳다. 그러나 그런 과정에서 나타날 역효과나 국가 안위차원의 문제 역시 충분한 검토를 했어야 옳았다. 그런데도 이종찬 부장의 새 안기부는 쫓기듯이 일을 처리하면서 드러내서는 안될 부분을 드러내는 등 국가정보관리의 미숙을 그대로 노출했다.

더욱 답답한 것은 새 안기부가 사태수습과정에서 일이 커진 책임을 언론에만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오만한 자세도 보였다.

안기부는 북풍관련 정보문건 유출로 정국이 혼란에 빠지자 19일 뒤늦게 언론사에 적극 협조를 요청했다. 문제는 이런 협조요청도 일방적인 통보형식으로, 그것도 사건의 발생과 진행경위에 대한 충분한 설명도 없이 이루어졌다는 것. 그러면서도 언론의 과당경쟁으로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식으로 책임을 미루었다.

한 관계자는 “과거 안기부는 정보기관으로서 프로의식이 없어 직분을 망각하고 선거에 개입하려고 했다”면서 “현 안기부도 정보기관에 걸맞은 완벽성을 갖추지 못하고 아마추어 수준에 머물며 비뚤어진 권력기관 의식만 갖고 있다면 국민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공종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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