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 커넥션 파문/청와대 반응]『사고 터졌다』곤혹

  • 입력 1998년 3월 18일 06시 43분


청와대측은 ‘북풍(北風)사건’ 파문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의중과는 다른 방향으로 확산되는 듯하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북풍사건과 관련한 청와대의 일관된 입장은 ‘가능한 한 안기부 내부에서 조용히’ 처리한다는 것이었다.‘흘러간 일’인 북풍사건에 정신을 팔 여유가 없다는 게 김대통령의 생각이었다. 김대통령은 북풍사건 수사가 정치보복으로 비쳐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고 한다.

그러나 안기부 한 관계자의 표현대로 국민회의 정대철(鄭大哲)부총재의 ‘사려부족’으로 중대한 차질이 빚어졌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반응도 “정부총재가 사고를 쳤다”는 것이었다.

정부총재가 북풍관련 ‘안기부 극비문건’의 존재사실과 일부내용을 공개한 17일 오전만 해도 박지원(朴智元)청와대공보수석은 “대선 때 정치권에 흘러든, 나도 조금 알고 있는 별것 아닌 문건일 것”이라며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박수석은 그러나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오후6시경 뒤늦게 공식브리핑을 통해 “당사자들에게는 대단히 죄송하나 확인되지 않은 문건으로 국민의 마음과 국정이 흔들려서는 안된다”며 “흥분할 때가 아니다”고 진화를 시도했다.

그는 “어떤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도 필요하나 국정에는 우선순위가 있으며 현재 김대통령의 모든 관심은 실업대책”이라며 “국민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고 실업자를 돕는 방향으로 협조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 “오늘 김대통령이 실업자돕기 성금모금 방송에 출연한 것도 김대통령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고 일부러 밝혀 북풍사건에 경제가 묻히는 부작용이 빚어질까 우려하는 김대통령의 심경을 전했다.

그는 또 문희상(文喜相)청와대정무수석에게 극비문건 사본을 주었다는 정부총재의 주장과는 달리 “문수석은 부인했다”고 밝혔다. 주었다는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은 없다고 청와대 공보수석이 발표하는 희한한 사태가 빚어진 것.

박수석은 이날 청와대에서 김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한 이종찬 안기부장을 만난 뒤 “이부장이 ‘사실 자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굉장히 곤혹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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