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씨,DJ 강도높게 비판… 입지확대 겨냥한 듯

  • 입력 1998년 3월 12일 19시 47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명예총재는 12일 대구 달성 및 경북 의성지구당 정기대회에서 김대중(金大中)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명예총재는 “김대통령이 취임한 지 얼마 안됐고 사정이 어려운 것도 알지만 적어도 언제까지 국제통화기금(IMF)시대의 어려움을 극복할지, 어떻게 극복할지 계획을 내놓아야 하는데 현정부는 도무지 계획이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국회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김종필(金鍾泌)총리 임명을 반대했는데도 여권은 힘으로 밀어붙이려 한다”며 “특히 북풍(北風)이라는 억지 춘향으로 무서운 정치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이명예총재는 대선때 자신을 도왔던 정형근(鄭亨根)의원 등이 북풍수사에 연루되고 심지어 자신의 연관설이 나온데 대해 대로(大怒)했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그렇다 해도 그의 이날 연설에는 너무 힘이 들어가 있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좁아진 당내 입지 때문에 역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게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명예총재측은 김총리 임명동의안 파동 과정에서 조순(趙淳)총재―이한동(李漢東)대표―서청원(徐淸源)사무총장 체제가 대여(對與)드라이브의 완급을 조절하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대해 내심 긴장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당 지도체제가 안정을 찾아 갈수록 이명예총재가 복귀할 공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조총재와 이대표 등 당권파들이 조총재를 대표최고위원으로 추대하고 나머지 최고위원을 경선하는 집단지도체제로 당헌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위기감마저 느끼고 있다. 이명예총재측은 김윤환(金潤煥)고문을 움직여 이같은 기류를 차단하려 하지만 김고문이 선뜻 도와주지 않는 점이 고민이다.

〈박제균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