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석동빈/구청장의 해외도주

  • 입력 1998년 3월 6일 20시 11분


“구청장이 모든 일을 팽개치고 해외로 도망을 가다니 이게 어디 말이나 됩니까. 어떻게 그런 사람을 뽑았는지 우리 모두의 책임이긴 하지만….”

직원인사와 관련한 상납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아오던 서경원(徐敬源·46)부산 사상구청장이 구의회에 사표를 제출한 뒤 몰래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알려진 6일 구청에는 시민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구청직원들은 “죄송합니다”라는 말과 한숨으로 답변을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서구청장은 직원 인사비리로 이미 구속된 총무계장으로부터 5백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자청, “비서실 직원의 실수로 내 계좌에 입금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서구청장은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자 1일 비밀리에 가족(4명)을 데리고 태국으로 떠났다가 4일 오전 잠시 귀국, 구의회에 사표를 제출하라고 비서실에 지시한 뒤 이날 다시 미국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동안 부산지검은 이같은 사실을 모른 채 구청장 비서실로 두차례나 ‘출두 통보’를 하기도 했다.

서구청장의 ‘비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직원 5명을 보증인으로 내세워 그의 부친이 운영하는 자동차부품회사가 은행에서 2억6천만원을 대출받도록 주선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지난해 말 부도가 났다.

“잘못이 있으면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는 것이 기관장으로서의 마지막 도리가 아니겠느냐.”

“믿고 따랐던 부하직원들에게 오히려 피해를 주고 혼자만 살겠다고 도망가다니….”.

여기저기서 원성이 터져 나왔지만 당장 뾰족한 수가 없어서 그런지 공허하게만 들렸다.

구청의 한 공무원은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사건”이라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부산〓석동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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