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署理정국]JP『용퇴,말도 안된다』…국회 불참 시사

  • 입력 1998년 3월 5일 19시 57분


김종필(金鍾泌·JP)국무총리서리는 5일 오전 갑자기 자민련 당사를 방문했다. 총리서리 취임 후 첫 ‘친정나들이’지만 총리인준과 관련한 자신의 단호한 입장을 재천명하기 위해서였다.

JP는 박태준(朴泰俊)총재가 주재한 임시간부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최근의 불편한 심경을 털어놨다.

“나는 국회법에 정한대로 공정한 절차에 따라 표결이 진행된다면 가(可)든 부(否)든 결과를 경건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공정한 투표가 아니었지 않으냐. 게다가 지금 이 상태를 길게 가져갈 수는 없으므로 투표를 다시 해달라는 것이다.”

‘용퇴론’주장에 대해서도 “용퇴할 이유가 없다. 나는 사욕(私慾)을 갖고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다. 오늘 여기까지 오는 과정은 내 호불호(好不好)와 관계가 없는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6일 열리는 국회에 참석할 것이냐는 질문에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글쎄, 그 사람들(한나라당)이 왜 왔느냐고 그럴텐데…”라며 “내일 봐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밝힌 것이었다.

JP는 또 간혹 농반진반(弄半眞半)으로 “여기에 다시 오게 될지도 모르는데…”, “(총리공관에는) 서리가 떨어져야 들어가지, 서리가 떨어질 가능성이 별로 없지 않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JP가 이날 직접 당사를 찾아와 강력하게 재투표를 요구한 것은 ‘용퇴론’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특히 JP는 간부회의에서 ‘용퇴론’에 대해 심한 불쾌감을 표시하며 “체제에 대한 도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JP의 정면승부 의지는 ‘서리체제’를 당분간 연장하겠다는 의미로밖에 볼 수 없다. 이는 자민련 간부회의 결과가 뒷받침한다. 변웅전(邊雄田)대변인은 “백지투표 1초투표같은 일이 없을 것이라는 한나라당의 재발방지 및 사과가 전제돼야 국회에 참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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