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기만/美·佛의 여야관계

  • 입력 1998년 2월 26일 19시 27분


전형적인 ‘여소야대’ 구조이던 미국 하원은 96년 연방정부예산을 회계연도 시작(10월1일)에서 거의 7개월이나 지난 96년 4월25일에야 통과시켰다.

드문 경우였지만 균형예산을 둘러싼 소수 여당과 다수 야당의 격돌로 연방정부의 기능은 두 번이나 중단됐으며 서울의 미국문화원도 일시적으로 문을 닫아야 했다.

그러나 1955년 아이젠하워대통령 취임 이후 43년 중 미국의회는 29년이 ‘여소야대’인데도 이 때문에 문제가 된 적은 거의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 공화당 55, 민주당 45석인 상원이나 공화당 2백21석, 민주 2백10석인 하원은 모두 ‘여소야대’다.

지난해 가을 무역협상 신속처리권한법안을 놓고 여야가 격돌하자 빌 클린턴대통령은 표결 전날 밤 여야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지지를 호소했다. 미 정국을 슬기롭게 끌어가는 비결의 하나는 ‘대통령의 설득력’이다.

의원들의 교차투표(Cross Voting)가 뿌리내린 탓도 있지만 정책 법안이 올바른 것이기만 하면 소신껏 대통령의 설득에 따르는 야당의원들이 줄을 선다. 각 의원의 찬반표결 내용 또한 즉석에서 공개된다.

우파대통령이 있는 프랑스 역시 하원 구성은 좌파연합 3백19석, 우파연합 2백57석으로 압도적인 ‘여소야대’다.

5공화정 들어서만도 86년, 93년에 미테랑대통령은 두 번씩이나 여소야대 구조에서 야당내각과 ‘동거(코아비타시옹)’했다.

개성 강한 프랑스인답게 티격태격하는 일도 많지만 외교 국방 대외경제 등 국익문제에 관해서는 여야가 흔쾌히 협력한다.

새 정권의 출범 첫날 제동을 건 한국의 여소야대와는 다른 모습이다.

김기만<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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