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T組閣/3인회동 막전막후]「非경제」국민회의 맡기로

  • 입력 1998년 2월 24일 07시 37분


23일 밤 DJT회동을 분기점으로 새정부의 첫 조각(組閣)작업은 거의 마무리된 인상이다. DJT 세 사람은 25일 밤 청와대에서 열릴 대통령취임 축하만찬에서 다시 만나 인선을 최종확정하기로 했으나 극히 일부 자리에 대해서만 변동이 있을 전망이다. ○…DJT회동은 서울 삼청동 임시공관에서 오후 6시반경부터 8시반경까지 2시간여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으며 조각문제도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朴智元)차기대통령대변인은 회동 직후 “모든 얘기는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지금 단계에서는 구체적으로 거명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박대변인은 또 “오늘은 세 분이 대체적인 토론만 하고 최종인선은 25일 밤 청와대 만찬 후 결정하기로 합의했으며 비경제부문은 국민회의가, 경제부문은 자민련이 맡았으면 하는 것으로 양해됐다”고 말했다. 박대변인은 이어 “김중권(金重權)대통령비서실장내정자를 포함해 네 분이 서재에서 말씀을 나눴는데 10여분마다 한 번씩 폭소가 터져나왔다”며 “대화는 대체적으로 잘 된 것 같았다”며 회동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회동은 식사시간을 감안할 때 실질적으로 조각문제를 논의한 시간은 1시간가량에 불과했다. 박대변인은 “세 분이 다 정치9단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이지만 할 말은 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와 박태준(朴泰俊)총재는 인선관련 자료를 국회서류봉투에 넣어 준비해왔으나 이날 회동에서는 서류봉투를 펴보지도 않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의 한 측근은 “김중권비서실장내정자가 22일 자민련 김명예총재와 박총재를 만나 각자의 명단을 교환하는 등 사전조율을 했고 그에 대해 서로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정치권 인사 중 입각인사가 처음보다 더 늘어난 것 같고 특히 국민회의의 입장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25일 밤 인선을 최종결정하기로 발표한 것은 총리인준문제가 화급한 상황에서 조각인선내용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기 위한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련 김종필명예총재는 이날 밤 8시45분경 서울 청구동자택에 도착, “조금 더 얘기할 게 있어 나중에 또 만나기로 했다. 그정도만 알아두라”고 말했다. 김명예총재는 김용환(金龍煥)부총재의 재경부장관 기용 여부에 대해서도 “숙제로 남겨두자. 답답하겠지만 며칠만 기다려 달라”며 여전히 답변을 회피했다.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세분이 한 시간 정도 식사를 들고 응접실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내내 웃음소리가 들렸다”며 회동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응접실 대화도중 여직원 한명이 우리가 있는 대기실로 와서 ‘타이프 좀 칠 게 있다’며 자리를 비켜달라고 요구했다”며 “이는 사실상 오늘 인선 작업이 다 끝났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자민련 박총재는 매우 밝은 표정으로 서울 북아현동 자택에 들어서며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을 집안으로 청한 뒤 회담분위기 등을 설명했다. 박총재는 기자들의 질문이 나오기 무섭게 “내일 언론에 사람이름이 거론된다면 모두 엉터리”라면서 “사람 이야기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 사람이 ‘(인선내용이) 언론에 흘러나가면 기분 나쁜 사람이 생긴다’ ‘기자들이 물으면 얼굴색이 변하지 않을 자신이 있느냐’ ‘총리인준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등의 논의를 하다가 당선자가 ‘그러면 그만하자’고 해 더이상 얘기를 진척시키지 않았다”고 부연설명했다. 그러나 박총재는 “서로 얘기하는 과정에서 마지막에는 ‘아, 이 사람이구나’하고 알 수 있을 만한 얘기를 했다”고 말해 인선문제가 사실상 매듭지어졌음을 시사했다. ○…박총재는 특히 국민회의와 자민련간 ‘자리다툼’을 벌이고 있는 행정자치부와 관련, “대통령의 통치권과 직접 관련있는 부처는 내가 집권자라도 도리가 없지 않겠느냐”며 국민회의측에 양보할 수밖에 없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는 또 야당측에 각료 한 두석을 배려하는 문제와 관련, “내가 한나라당 조순(趙淳)총재를 만나 거국내각을 제안했는데 그 사람은 나에게 대답은 주지 않고 발표해버렸다”며 “정치의 룰을 모르는 사람인 것 같더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민신당측에 각료를 할애하는 부분에 대해 “글쎄, 묘한 점이 있다”고 말끝을 흐려 국민신당에 대한 배려가 자칫 한나라당을 자극할 것을 우려하는 눈치였다. 그는 또 인사원칙에 대한 질문에 “청렴하고 흠집없는 사람, 그런 것들은 일반적인 원칙 아니냐”고 반문했고 “정치인들이 외부인사보다는 아무래도 많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한편 조영장(趙榮藏)비서실장은 “회동중 밖에서 듣기에 웃음소리가 다섯번이나 났다”고 거들었고 이에 박총재는 “나이가 많은 사람들끼리 만나다 보면 여러가지 재미있는 얘기를 하게 되더라”고 소개했다. ○…김비서실장내정자는 회동 후 김명예총재와 박총재가 돌아간 뒤 김차기대통령과 그 자리에 남아 1시간여 동안 청와대 비서관 인선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비서실장내정자는 당초 귀가하지 않고 제삼의 장소에서 인선문제를 최종정리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의외로 곧바로 집으로 직행했다. 〈송인수·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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