뜯어보고…재보고…「DJ인선 검증」 한창

  • 입력 1998년 2월 9일 20시 15분


7일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후보를 공개한 이후 검증대상에 오른 인물들에 대한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이를 계기로 외청장 등 다른 자리에 대한 하마평도 시작됐다. ○…국민회의내에서는 9일 김차기대통령이 정무수석으로 이강래(李康來)총재특보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면서 ‘이특보 불가론’을 피력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한 당내 인사들은 김차기대통령에게 “이특보를 정무수석에 선임할 경우 거대야당 관리가 어렵고 호남(전북 남원)출신인 이특보가 정무수석이 되면 6명의 수석비서관 중 3명이 호남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반대했다는 후문이다. 김차기대통령은 당초 이특보에 대한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특보가 잘할 것이다. 한번 지켜봐달라”고 이특보에 대한 신임을 좀처럼 굽히지 않았으나 9일 당내 한 인사에게서 정무 및 경제 사회복지수석 인선에 대해 말이 많다는 보고를 듣고 “알았다”고 가볍게 응답, 막판 변화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태동(金泰東)성균관대교수가 경제수석으로 확실시되자 재계에서는 새정부의 재벌개혁 드라이브가 더욱 강경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 재계의 한 관계자는 “평소 반재벌적 성향이 강한 김교수가 그의 소신을 강력히 밀어붙일 경우 정부와 재벌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가뜩이나 어려움에 빠진 기업들의 경영활동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주요그룹의 한 관계자는 “실물경제 경험이 전혀 없는 학자를 경제수석으로 기용한 것은 납득이 잘 안간다”며 “앞으로 정책추진과정에서 시행착오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사회복지학회 참여연대 경실련 건강사회실천약사회 등 1백10개 시민사회단체는 사회복지수석 후보로 발표된 윤성태(尹成泰)의료보험연합회장과 이근식(李根植)내무부차관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힌데 이어 조규향(曺圭香)부산외국어대총장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들 단체는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조총장의 경우도 사회복지분야에 대해서 일해본 경력이 없기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체제하에서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는 노동정책과 복지분야의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김중권(金重權)차기대통령 비서실장은 9일 수석비서관 인선과 관련, 제일 먼저 관료사회 교수사회 등 인선대상자가 속한 동류집단의 평가를 들었고 다음은 청와대와 안기부 등 4개 기관의 존안자료를 참고했으며 최종적으로 김차기대통령의 만족도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기자들이 존안자료의 객관성에 대한 의문을 표시하자 그는 일부 수석비서관 인선대상자들의 존안자료 내용을 일부 소개하면서 재산관계 등에 대해서도 상세히 기록돼 있다고 부연했다. 그가 소개한 존안자료에 A씨의 경우는 ‘청렴하나 독선적이고 전문성은 인정되나 대인관계가 원만치 못하며 충성심은 검증된 바 없다’고, B씨의 경우는 “매사에 깔끔하고 자기관리에 철저하나 참신성이 부족하다’고 평가돼 있었다. ○…김실장은 “정무수석비서관에는 문희상(文喜相)전의원과 이강래 총재특보의 발탁가능성이 반반이나 중요한 것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진지한 토론을 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정무수석이라고 해서 경제를 몰라서는 안된다”고 말해 이특보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 그는 이어 “외교안보수석비서관 후보인 박용옥(朴庸玉)국방부정책차관보와 임동원(林東源)아태재단사무총장 모두 난형난제(難兄難弟)일 정도로 아까운 사람이어서 탈락자도 반드시 중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수석비서관 및 각료인선 못지않게 정치권과 관계의 관심이 되고 있는 대상은 검찰총장과 육군참모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대통령의 권력기반이라 할 수 있는 핵심요직 4자리. 검찰총장은 임기2년이 보장된 김태정(金泰政)현검찰총장의 유임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임명한 첫 호남출신 총장이라는 강점에다 대선때도 중립적인 관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육군참모총장은 임기8개월을 남겨놓고 있는 도일규(都日圭·육사20기)현참모총장이 조기교체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도총장의 후임으로는 육사21기인 이재관(李在寬)1군사령관 유재열(劉在烈)3군사령관 김동신(金東信)한미연합사부사령관과 학군2기인 김진호(金辰浩)2군사령관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국세청장으로는 내부승진의 기대가 큰 가운데 이건춘(李建春)현서울지방국세청장이 1순위. 외부에서는 이근영(李瑾榮)신용보증기금이사장 김거인(金居仁)한국금융증권사장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경찰청장에는 경찰내부의 신망이 두터운 이필우(李必雨)서울경찰청장을 비롯해 구홍일(具弘一)경찰청차장 김세옥(金世鈺)경찰대학장 조성빈(曺聖彬)해양경찰청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야권에 각료의 30∼40%를 배분하겠다는 김차기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질지도 관심거리. 여권 주변에서는 야권에 제안할 각료가 경제와 통일외교안보분야 등 국가운영의 기간(基幹)이 되는 부처를 제외한 3,4자리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반응은 시큰둥한 편. 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김차기대통령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상황에서 들러리밖에 더 되겠느냐”고 회의적 시각을 나타냈다. 반면 국민신당은 야권에 대한 각료배분을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임채청·윤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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