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날은 가고…』
한나라당이 천안연수원에 이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까지 매각키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당의 한 실무자가 자조(自嘲)하듯 읊조린 말이다. 10월18일 새 당사에 입주했을 때만 해도 당시 신한국당 관계자들은 『이렇게 크고 훌륭한 당사를 가진 정당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자랑했었다.
사실 한나라당사는 구 신한국당의 오랜 숙원이었다. 여의도의 한 빌딩에 세들어 있던 신한국당은 임대료 부담과 노후한 시설, 주차장부족 등으로 고통을 겪었다.
이 때문에 땅값 2백억원, 건축비 1백억원 등 모두 3백억원을 들여 국회 정문앞 요지에 지상 10층 연면적 7천5백평의 대형 빌딩을 올렸던 것.
그러나 그로부터 정확히 두달후 한나라당은 대선에서 참패했다. 그리고 열흘도 못돼 당사 매각 방침이 나오자 당직자들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당 지도부는 당사와 천안연수원을 각각 5백억원 정도에 팔아 모두 1천억원을 마련할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으로 2백50억원 가량의 빚을 갚고 남는 돈을 당 운영비 및 내년 5월의 지방선거 비용으로 쓰겠다는 것.
지금까지 한나라당의 한달 경상비는 사무처직원 월급과 지구당운영비 지원액을 포함, 30억원가량이었다. 그러나 야당 체질로 감량(減量)하면 경상비를 10억원 이하로 줄일 수 있고, 당사 매각비용 등을 종자돈으로 이를 충당하겠다는 것이 지도부의 판단이다. 당초 지도부는 새 당사의 상징성때문에라도 그대로 눌러앉아 일부 층만 임대하는 방안을 생각했다. 그러나 정당 건물은 임대가 안된다는 법 규정에 부닥쳐 매각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당사가 팔릴 경우 「마포 민주당사로 입주해야 한다」는 의견과 「풍수지리상 거기서 잘된 당이 없다. 여의도에서 세를 얻어야 한다」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박제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