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 중지제의 안팎]유세에도 「긴축바람」

  • 입력 1997년 11월 30일 19시 50분


▼ 한나라당 ▼ 이회창(李會昌)후보의 「선거운동 일시중단」 제의가 실제 선거운동양상을 크게 바꿔놓을 것 같지는 않다. 금융개혁 관련 법안 처리를 위한 3일 정도의 국회소집 기간에 한정된 제의이기 때문이다. 또 무엇보다 선거운동 중단은 각 당이 「합의」를 해야 의미가 있다. 이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모든 선거운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으나 곧바로 최병렬(崔秉烈)선대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당장 중단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후보의 선거운동중단 제의는 「이슈 선점」을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경제난국에 시달리는 국민적 정서에 호소하겠다는 의도다. 당내에서는 벌써부터 「유세무용론」이 제기됐었다. 경제상황이 심각한 상황에서 「과도한 유세」는 오히려 반감만 부추길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유세효과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윤원중(尹源重)후보비서실부실장은 『정당연설회를 몇번 했지만 거의 3천명 안쪽으로 모인 데다 당원들의 집안잔치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 유세본부에서는 이후보의 정당연설회 참석을 줄이고 연설회 장소도 대규모 실내체육관에서 수용인원 2천∼3천명 규모의 구민회관 등으로 옮길 예정이었다. 이후보의 선거운동 일시중단 제의도 이처럼 전반적인 유세 축소의 흐름속에서 나온 「예정된 행보」라고 볼 수 있다. 〈박제균기자〉 ▼ 국민회의 ▼ 「경제 국회소집과 선거운동 일시중단」이라는 이회창후보측 공세에 대한 국민회의측 대응카드는 두가지다. 첫째는 김대중(金大中)후보가 참석하는 대규모 정당연설회 철회고, 또하나는 경제위기와 관련한 이회창후보의 약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7가지 공개질의서」 발표다. 국민회의가 30일 발표한 공개질의서 내용은 「그토록 경제위기를 걱정했다면 신한국당의 대표 총재로 있을 때 왜 경제를 살리자는 주장이나 요구를 못했는지 답하라」 「엊그제까지 경제위기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다 갑자기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없다고 태도를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 「경제살리기를 위해 선거운동 중단까지 주장하는 이후보가 야당측에서 제의한 대통령후보자간 경제위기 대책회동을 거절한 이유는 무엇인가」 등이다. 후보가 참석하는 대규모 정당연설회 철회는 29일 밤 서울 롯데호텔에서 경제학자들과 비공개 토론을 마친 김후보가 「고비용 정당연설회 중단검토」 지시를 내린 데 따라 결정됐다. 「경제안정과 경제살리기에 동참한다」는 게 공식설명. 그러나 국민회의의 한 당직자는 『당장 5일 대구 정당연설회에서 최소한 1만명 이상을 동원하면 십중팔구 「관광버스 동원사진」이 신문에 실릴텐데 그렇게 되면 한나라당과 다를 게 없다는 얘기가 나올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창혁기자〉 ▼ 국민신당 ▼ 국민신당의 이인제(李仁濟)후보는 30일 『한나라당이 우리당 방식(거리유세)을 따라온다니 반가운 소리』라면서 『사람들을 찾아가는 선거운동, 비용이 적게 드는 선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보측은 일찌감치 고비용 과소비 선거운동을 청산하겠다며 「옥내연설회」 대신 「거리유세」 방식을 취했다. 적게는 2억∼3억원, 많게는 10억원대의 돈이 드는 군중대회는 「세과시」용에 불과하며 특히 경제난 속에서 그런 방식의 선거운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게 이후보의 주장. 물론 이같은 주장을 하게 된 이면에는 조직과 자금의 열세라는 현실적 이유도 깔려 있다. 이후보는 그동안 하루 10여차례의 거리유세를 벌이는 강행군으로 전략 요충지인 영남권을 순회했다. 이후보는 버스투어를 통한 거리유세 전략이 일정부분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판단한다. 특히 경제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명분」을 얻었다고 평가한다. 나아가 약점중 하나였던 「YS신당설」도 어느 정도 잠재우는 데 한몫했다는 것. 『취지는 좋지만 마냥 거리유세만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내부 반론도 만만찮다. 거리유세가 보조적 선거운동으로는 효과적이지만 주전략은 될 수 없지 않느냐는 게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정용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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