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대선토론회 수화방송 호응]『나도 유권자 실감』

  • 입력 1997년 11월 30일 16시 52분


『TV 수화통역방송을 통해 대선후보들의 토론내용을 보고 비로소 유권자라는사실을 실감했습니다』 청각장애인들은 29일 밤9시부터 두시간 동안 YTN이 재방영한 동아일보 주최 대선후보 TV토론회 수화방송을 지켜보며 모처럼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날 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오원국(吳源國·61)씨 집에는 청각장애인 10여명이 모여 TV토론 장면을 뚫어지게 보며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들은 특히 패널리스트들의 날카로운 질문과 후보들간의 공방을 보며 활짝 웃기도 하고 손짓으로 활발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과거 선거때는 유세장에라도 가서 동행인의 수화통역으로 내용을 알곤 했죠. 그러나 이번에는 유세가 거의 TV토론으로만 진행돼 누구를 찍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어요』 전국의 35만여명에 이르는 청각장애인들은 대부분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그동안 후보들의 정견이 나온 신문도 읽을 수 없어 남이 찍으라는 대로 찍거나 기권하는 것이 예사였다. 한국농아인협회 부회장인 주신기(朱信基·61·서울 선희학교 교사)씨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대통령후보 유세때 꼭 수화통역을 해주고 있다』며 『수화방송은 청각장애인들의 기본적인 참정권 차원에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 TV토론회 첫 수화방송을 지켜본 장애인들은 『수화통역 화면이 너무 작아 잘 알아볼 수 없었거나 후보들의 얼굴을 쳐다볼 겨를이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며 『중요부분은 자막도 함께 내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청각장애인 서덕순(徐德順·46·여·미싱자수업)씨는 『지금까지 한번밖에 투표를 해보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좋은 장애인 정책을 내놓는 후보에게 꼭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YTN은 12월1일에 있을 TV3사 대선후보 합동토론회 생중계방송에도 수화통역을 제공할 예정이다. 〈전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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