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진영 돈사정]한나라당『여유』국민회의-국민신당『빠듯』

  • 입력 1997년 11월 28일 20시 20분


이번엔 절대 돈쓰는 선거를 하지 않겠다던 3당후보들간에 28일부터 돈선거 시비가 재연됐다. 국민신당 이인제(李仁濟)후보가 먼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진영을 겨냥, 「행사비 8백억원 사용설」을 제기하자 국민회의가 거들었다. 한나라당은 이를 반박하며 타진영의 씀씀이에 대해 역공을 폈다. ▼ 한나라당 ▼ 28일 이인제후보가 『한나라당이 각종 집회를 개최하는데 25억원씩 32회에 걸쳐 8백억원을 썼다』고 주장하자 『전형적인 흑색선전』이라며 발끈했다. 국민신당이 지방대회 1회 행사비용이 25억원이라고 했지만 동원비용은 지구당위원장이 부담했기 때문에 실제비용은 3천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게 당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회창후보의 상승세에 힘입어 한나라당의 「금고」에 조금씩 여유가 생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 25일 열린 대규모 후원회행사를 통해 당은 모두 2백억원규모의 후원금을 거둬들였다. 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모 재벌의 경우 5개 계열사별로 2억원씩 돈을 내 후원금이 총 10억원에 달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해 「소득」이 괜찮았음을 시사했다. 특별당비모금 등 캠페인을 통해 거둬들인 「성금(誠金)」도 이후보의 구기동 자택 매각대금 5억원을 비롯해 1백억원에 달한다는 게 당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이후보의 상승세가 계속될 경우 당비 및 후원금의 납부행렬은 더 이어질 전망이어서 그 액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외에 한나라당은 이날 중앙선관위로부터 1백36억원의 선거보조금을 받은데 이어 내달 15일경 경상보조금으로 30여억원을 수령할 예정이어서 이같은 액수를 합친 5백억원정도가 대선비용으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자금의 상당부분을 △TV 및 신문광고비 △법정홍보물제작비 △선거사무원수당 △정당연설회행사비 등에 지출할 계획이다. ▼ 국민회의 ▼ 국민신당측이 『한나라당이 8백억원을 집회비용으로 사용했다』고 공격하자 즉각 이에 가세, 협공에 나섰다.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한나라당 이회창후보 진영에 수백억원의 선거자금이 흘러들어갔다는 정보가 입수됐다』며 『후원회 입회원서를 모아오면 5만원씩 주는 피라미드식 입회원서 판매수법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대변인은 또 한나라당의 인천 연설회장 입구에서 청중동원책이 인원배정표를 들고 참석인원을 점검하고 있는 28일자 동아일보 보도 사진과 관련, 『이 인원배정표는 동원된 청중에게 지급한 일당 배포문건』이라며 『중앙선관위원장 출신인 이회창후보가 부패한 구악선거운동을 벌이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비난했다. 한편 국민회의는 이번 대선자금으로 후원금 1백억여원과 28일 선관위에서 지급받은 선거보조금 1백억6천만원 등 2백억원 정도를 확보했다. 그러나 내달 15일 지급되는 국고보조금 18억여원을 합쳐도 2백30억원 이상을 마련하기 어려워 빠듯한 살림이라는 것이 당 재정관계자의 설명이다. 물론 이번 선거는 과거만큼 큰 돈이 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법정선거비용 한도액인 3백10억원에도 못미치는 돈으로는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미 일선 지구당에서는 공식선거운동기간에 들어갔는데도 왜 아직 실탄이 내려오지 않느냐며 아우성이어서 그동안 마련한 2백억원을 어떻게 분배해 사용할 것인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또 공동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는 자민련에 대해서도 상당액의 선거자금을 지원해줘야 하는 입장이어서 자칫하면 선거 막판에 돈가뭄에 허덕이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앙당에서 제작한 홍보물 광고물비용 수십억원을 상당부분 외상으로 처리했다는 후문이다. ▼ 국민신당 ▼ 돈선거 시비를 처음 건 국민신당의 돈사정은 이미 바닥까지 내려간 것으로 전해진다. 쓸 돈은 없는데 다른 당의 돈 씀씀이는 많은 것처럼 보이니 돈선거 시비를 걸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선거비용을 총괄하는 박범진(朴範珍)사무총장은 28일 자신의 책상위에 놓인 선거비용 목록을 들춰보며 『돈안쓰는 선거가 아니라 돈쓰는 선거』라고 한탄했다. TV연설 TV광고 신문광고 홍보물 등 개정된 통합선거법에 정해진대로만 한다 해도 약 1백77억원이 소요되는데 그 돈 마련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물론 후보의 TV연설과 책자형 인쇄물 등 일부는 대선후 국고에서 보전된다지만 당장 현금결제해야 하는게 대부분이어서 TV광고 TV찬조연설 등 국고보조가 안되는 분야는 엄두도 못낸다는 것. 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일단 창당하면 길이 보일 줄 알았는데…. 지지율이 하락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최근 플래카드를 거는데 드는 비용 15만원 정도를 중앙당에서 일선조직책에게 겨우 내려 보냈다고 푸념했다. 국고에서 14억4천여만원이 지급됐으나 경상비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 국민신당은 이인제후보가 버스투어를 강행하고 다른 후보진영에 「선거비용 일일결산 공개」를 촉구하고 나선 것도 모두 돈이 없기 때문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김정훈·정용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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