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권말기 공무원 땅투기

  • 입력 1997년 11월 11일 19시 36분


공무원들의 대량 땅투기 혐의가 드러나 정밀조사를 받고 있다. 조사대상이 무려 4백10명이다. 이들은 경기 파주시 교하면 일대가 신도시 택지개발 예정지구로 지정되리라는 정보를 미리 알고 가족명의 등 편법을 동원, 땅을 사들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투기혐의자 중에는 지방의회 의원들까지 끼여있다. 그러잖아도 정권말기 공직사회 기강이 문제되고 있는 때라 충격과 파문이 크다. 공무원은 정책관련 정보를 독점적으로 미리 알 수 있는 특별한 위치에 있다. 따라서 직무와 관련된 정보를 절대 밖으로 유출하지 말아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하물며 그 정보를 자기 개인의 이익을 위해 이용한다는 것은 천부당 만부당한 일이다. 공직은 국민의 세금부담 위에 마련된 자리다. 그런데 그 자리를 이용해 국민보다 우월적으로 사리(私利)를 챙긴다면 파렴치 차원을 넘어 용납할 수 없는 독직(瀆職)이자 범죄행위다. 더구나 이번 공무원들의 비행은 정부가 그토록 막으려고 부심하는 땅투기와 관련된 것이다. 공직은 국가경영의 질서를 관리하는 자리인데 그 기본책무를 저버리고 오히려 질서를 해치는 땅투기에 앞장선 꼴이니 한탄스럽다. 공무원들의 의식이 이 정도로 타락했다면 국민이 억울하고 나라의 앞날이 걱정이다. 매입한 땅의 규모와 위장전입여부, 사전정보 입수경위 등을 철저히 가려 공직박탈 등 엄중문책이 있어야 한다. 개발정보가 제일 빠른 공무원들의 땅투기를 엄벌하지 않고는 부동산거래질서 정립은 요원해진다. 개발정보 보안에 허점이 많다는 사실도 문제다. 현행 제도상 택지개발 예정지구를 지정하려면 내무부 국방부 농림부 환경부 등 중앙정부기관은 물론 해당 지방자치단체 등과도 협의를 거쳐야 한다. 협의단계가 그처럼 많다는 것은 정보가 새나갈 구멍이 많다는 뜻이다. 특히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지방의회에서의 설명은 물론 협의까지 거치게 되어 있어 개발정보의 사전유출 여지는 더욱 많아졌다. 그에 걸리는 시간도 1년 가까이나 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협의단계와 시간의 단축 등 연구가 있어야 한다. 범죄와 비리의 문제가 모두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정부의 척결의지다. 설계 감리업계 담합사건에서처럼 비리공직자를 어물어물 처리한다면 그러잖아도 흐트러진 정권말 공직기강을 추스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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