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당직자의 입에서는 요즘 「형평성」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이회창(李會昌)―조순(趙淳)연대」에 대한 여론의 동향 때문이다.
국민회의는 「DJP연대」 이후 「밀실야합」과 「나눠먹기」 아니냐는 역풍(逆風)에 휘말려 시너지효과는 커녕 김대중(金大中)총재의 지지율마저 2∼3% 하락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에 비해 이―조연대는 「무풍(無風)지대」를 달리며 이회창총재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 자체평가다.
이―조연대는 DJP연대보다 훨씬 더 밀실야합적이고 나눠먹기에 가까운데도 두 연대에 각기 다른 「이중잣대」가 적용돼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 국민회의측의 불만이다.
국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어떻게 (이총재의) 동생과 (조총재의) 아들이 만나 합당을 결정할 수 있느냐』며 『만일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두 김총재 아들이 몰래 만나 연대를 결정했다면 우린 벌써 끝장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당직자도 『지금 이―조연대의 양 진영은 막후에서 합당 후의 지분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며 『누구는 콩쥐이고 누구는 팥쥐냐』고 억울해했다.
국민회의 관계자들은 이번만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논쟁을 일으켰던 DJ의 「양심수발언」 역시 다른 후보가 말했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다른 사람도 잘못했는데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고 항변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특정인사의 도덕성만 현미경을 들이대고 보는 것은 형평성원칙에 어긋난다』면서도 『김총재에 대한 거부감이 아직도 뿌리깊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걱정했다.
〈윤영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