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YS)대통령이 신한국당을 탈당하자 당내 비주류 민주계 인사들은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대통령을 「정치적 대부(代父)」로 생각하는 이들로서는 김대통령이 이회창(李會昌)총재측의 압력에 의해 밀려 났다는 사실이 기가 막히기도 하고 분통터질 일이기 때문이다.
민주계의 한 중진의원은 『아들들의 병역문제로 인한 지지율 급락이 현 사태의 근본적 원인인데 이총재는 모든 책임을 YS에 떠넘기는 배은망덕한 짓을 하고 있다』고 흥분했다.
아무튼 비주류측은 이제 기로에 서게 됐다. 김대통령이 탈당을 결행해 버린데다 민주당과의 합당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이들의 당내 입지는 갈수록 옹색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일부 인사들은 『하루빨리 탈당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대부분은 「YS의 국민신당 지원설」이 불타오르는 상황에서 탈당을 할 경우 작지 않은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될 가능성 때문에 주춤거리고 있는 상태다.
탈당에 부정적인 인사들은 당에 남아 이총재 진영의 독주를 저지하고 계속 「이총재 무망론」 확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김수한(金守漢)국회의장과 김명윤(金命潤) 신상우(辛相佑) 김정수(金正秀) 박관용(朴寬用) 서청원(徐淸源) 박종웅(朴鍾雄)의원 등 20여명의 비주류 민주계 의원들은 7일 오후 모임을 갖고 이같은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이총재측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김대통령과 자신들의 거취문제는 별개라는 입장을 보였다. 대신 이들은 당에 남아 정권재창출을 위해 이총재의 후보사퇴를 전제로 한 「반DJP연합」의 성사를 위해 주력하는 한편 이총재 진영의 보수회귀 움직임에 맞서 투쟁수위를 높여가기로 했다.
〈정연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