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조기탈당 결심]『反DJP연합 불가능』 판단한듯

  • 입력 1997년 11월 2일 16시 00분


김영삼(金泳三·YS)대통령의 신한국당 탈당이 「초읽기」에 들어간 느낌이다. 김대통령은 늦어도 주말까지는 신한국당을 탈당, 정치권이 함께 요구하고 있는 「중립적인 대선관리」에 전념한다는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의 탈당결심은 신한국당을 포함한 모든 정파가 이를 요구할 뿐 아니라 「반DJP연합」 결성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고 판단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총재로부터 탈당요구를 받은 직후 4당후보 연쇄개별회동으로 「역공(逆攻)」을 가하면서 신한국당 후보교체를 제1순위로 염두에 두었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이총재의 탈당요구 직후 잇따른 신한국당내 「YS직계」의원들의 당직사퇴와 탈당의사 표명은 상당부분 후보교체를 전제로 한 「이회창 흔들기」 작업의 일환이었던 게 사실. 청와대가 당초 김대통령의 탈당시점을 국회 회기가 끝나는 18일 이후로 상정했었던 것도 이같은 맥락이었다. 그러나 이후의 상황은 이런 김심(金心)과는 다소 어긋나게 진행됐다. 무엇보다 이총재 자신이 「완주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이총재가 청와대 개별회동을 거부하고 자신이 반DJP연합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사를 강조, 현실적으로 「이회창 주저앉히기」가 불가능하다고 청와대는 판단하게 됐다. 대법관시절 소수의견을 냈던 것처럼 『대선에 패배하더라도 역사속에 소수의견을 쓰겠다』는 것이 이총재의 각오임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내에서는 한때 YS와 이총재의 회동 재추진 의사를 밝히는 등 후보사퇴 유도성 「이회창 달래기」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나왔으나 이총재 측근들의 강력한 반발로 사실상 회동재추진 자체도 무산됐다. 청와대가 후보교체론 다음의 우선순위로 염두에 두고 있던 대안은 바로 「이인제 대안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보가 기대이상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30%에 육박하거나 일부 상회하는 지지율 상승추세를 보이는 데다 신한국당 비주류의 정서도 「정권창출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란 논리에 기울어 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신한국당 이총재쪽으로 기울고 있는 조순(趙淳)민주당총재의 최근 행보도 김대통령의 조기탈당 결심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조총재가 최근 들어 물밑협상을 통해 「신한국당 총재직」을 전제로 한 이후보측의 연대제안을 사실상 수용키로 했다는 정보가 입수되자 청와대내에서는 『어차피 이인제―조순연대도 물건너 간 것 같다』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특히 민주계 비서관들 사이에서는 『어차피 이인제 후보 외에 대안이 없다. 이제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의견이 세를 얻기 시작했다. 김대통령이 조기탈당 결심을 굳히게 된 또 다른 요인은 지난 한주일간 계속된 종교계 및 재계 원로들과의 회동에서 「더 이상 탈당을 미룰 명분이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결국 김대통령으로서는 명분 면에서 뿐 아니라 실리 면에서도 탈당을 더 이상 미룰 의미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탈당과 중립적인 입장에서의 선거관리가 국민회의 등 야당의 일관된 주장이었고 4당후보와의 회동과 각계원로들과의 면담을 통한 명분축적도 충분히 이루어졌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이동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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