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DJ회동/대화록]金총재『기아사태 인내심 필요』

  • 입력 1997년 10월 24일 20시 54분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는 24일 오전 8시부터 청와대에서 1시간20분 동안 조찬을 겸한 회담을 가졌다. 다음은 김총재와 조홍래(趙洪來)청와대정무수석비서관이 전한 회담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다. ▼김대통령〓정치권에서 국민을 불안케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는 공명선거를 저해하기 때문이다. 정치자금 문제 폭로는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고 발표를 보고 놀랐다. ▼김총재〓나도 그렇게 알고 있다. 정계개편에 대해 여러가지 문제가 우려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김대통령〓그 문제에 대해 나는 전혀 구상이나 관계가 없다. 나는 반드시 누가 대통령이 돼야 하고 또 누가 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없다. 공명선거로 국민이 자유롭게 결정토록 할 뿐이다. 흔히 대통령의 「사후보장」이란 용어를 쓰는데 그런 용어의 사용 자체가 없어야 한다. 그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불쾌하다. 내가 누구한테 보장 받는다는 말인가. 잘했으면 잘한대로, 못했으면 못한대로 평가받으면 된다. ▼김총재〓나를 포함해 국민회의나 정치권에서 그런 용어 사용이 없도록 노력하겠다. 청와대비서실 안기부 검찰 경찰 등이 선거에 개입해서는 안된다. ▼김대통령〓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절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사정관련 특수기관뿐만 아니라 정부의 어느 기관도 공명선거를 위해 노력중이다. 그 기관들도 선거관련 보고를 하지 않고 나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과거 내가 얼마나 그런 기관에 당했는지는 김총재가 더 잘 알지 않나. ▼김총재〓대통령의 당적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김대통령〓김총재를 포함해 누구에게도 불리한 일은 없을테니 안심하라(김총재는 이와 관련, 『김대통령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하며 확실한 태도의 말은 하지 않았다』며 『신한국당에 대해 거리를 둔 듯했다』고 느낌을 전했다). ▼김대통령〓경제와 안보를 위해 정국안정이 필요하니 협력해달라. ▼김총재〓협력하겠다. ▼김대통령〓잠수함 사건, 대성동 주민납치 사건 등을 보더라도 대북(對北)관련 국가안보는 대단히 중요하다. 대선기간에 더 비상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는 물론 서로가 최선을 다해 노력하자. ▼김총재〓적극 정부를 뒷받침하겠다. 대통령은 공정한 선거관리와 경제문제에만 주력해 주었으면 한다. 특히 외환문제는 심각하다. 정치가 경제를 괴롭혀서도 안된다. 비자금 폭로로 증시가 폭락했다가 검찰의 수사유보 발표가 있자 급등했다. 대통령이 경제에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대통령〓동감이다. 경제 안정에 노력할 것이다. 외환위기도 관심을 갖고 있다. ▼김총재〓기아문제를 다룬 정부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 법정관리를 하려면 처음부터 하든지, 아니면 끝까지 은행과 기아에 맡기든지 했어야 했다. 표면으로는 간섭을 하지 않는다면서 개입했다. 기아노조의 반발에 정부는 공권력을 발동한다고 한다. 정부가 인내심을 갖고 처리해야 한다. ▼김대통령〓정부도 적극 노력하고 있다. 경제 전반에 대해 빠른 시일내에 안정되도록 노력하겠다(이외에도 시종 격의없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과거 지내온 얘기, 가족관계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고 양측은 전했다). 〈이동관·김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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