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22일 명예총재인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한 데 대해 김대통령이 즉각 이를 거부한 가운데 신한국당 내에서 이총재에 대한 비판이 광범위하게 대두되는 등 여권의 내분이 전대미문의 파경(破鏡)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총재는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정치혁신을 위해 「3김(金)정치」를 청산하고 부패구조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김대통령의 당적이탈, 정치인의 비자금 축재에 대한 검찰의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이총재는 또 자신은 법에 의거하지 않은 어떤 정치자금도 받지 않겠으며 지정기탁금제 폐지 등 집권여당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이번 대선을 깨끗하게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이총재의 회견이 끝난 뒤 강재섭(姜在涉)의원 등 이총재 지지의원 25명은 모임을 갖고 앞으로 각 지역별로 이총재 지지세 확산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 이총재의 회견과 관련, 윤원중(尹源重)총재비서실부실장은 『이총재 체제에 반발하는 비주류 인사들이 스스로 당을 떠나지 않을 경우 출당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총재측은 또 명실상부한 당권 장악을 위해 당명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총재 회견에 대해 당내 비주류인사들은 물론 이총재의 핵심측근들을 제외한 주류 인사들까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 당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날 이한동(李漢東)대표 주재로 열린 선대위원장단 회의에서 김윤환(金潤煥) 박찬종(朴燦鍾) 김덕룡(金德龍) 공동선대위원장은 『이총재의 김대통령 탈당요구는 시기와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 김수한(金守漢)국회의장과 김덕룡선대위원장 김명윤(金命潤)고문 신상우(辛相佑) 김정수(金正秀) 서청원(徐淸源)의원 등 민주계중진 6명은 이날 긴급모임을 갖고 이총재로는 정권재창출이 곤란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한편 김용태(金瑢泰)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공정선거관리와 당적보유는 별개의 문제』라고 반박한 뒤 『당적보유문제는 전적으로 당원의 자유의사』라며 이총재측의 요구를 일축했다. 김실장은 이어 명예총재직 보유여부에 대해서도 『총재가 당원인 명예총재에게 요구할 수 있는 차원의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총재의 거취와 관련, 『여권이 단합해 정권재창출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은 김대통령의 변함없는 기대와 희망』이라며 『범(汎)여권세력이 결집하기 위해서는 이총재가 백의종군의 정신으로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신우재(愼右宰)청와대대변인은 이총재측에서 제기하는 청와대의 「비자금 수사 유보결정 개입설」에 대해 『사실과 전혀 다르며 검찰수사의 독립성을 모독하는 일로 매우 유감스런 일』이라고 논평했다.
〈임채청·이동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