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정국/신한국당]『惡手뒀나』당황…딜레마에 빠져

  • 입력 1997년 10월 12일 20시 22분


《「김대중(金大中)비자금」 정국의 두 당사자인 신한국당과 국민회의의 표정이 변하고 있다. 신한국당은 1,2차에 걸친 대형 의혹제기에도 김총재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고 기업명단을 발표한데 대한 당내외의 반발이 거세지자 당황한 가운데 후속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초반 걱정과 달리 폭로전이 신한국당측의 자충수로 작용했다며 여유를 찾았으나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회창(李會昌)총재측에서도 급기야 『「DJ 비자금 폭로」가 악수(惡手)를 둔 게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분위기다. 특히 비자금 문제를 제기한 이후 각 언론의 여론조사와 자체조사 결과 지지율에 별다른 변동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자 당혹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총재의 한 측근은 12일 『여론이 안좋게 흘러가고 있다. 그렇다고 뒤로 물러설 수도 없고…』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 7일 비자금 문제를 터뜨리기 직전 『이제 정치판의 역사가 바뀐다』고 의기양양했던 측근들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총재측에서 나오는 자성론은 크게 두 갈래다. 우선 조급하게 기업명단을 공개한 게 재계의 반발은 물론 중산층의 불안심리를 부추겼다는 것. 한 측근은 『10일 기업 명단공개의 시기 결정은 전적으로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이총재는 사전에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총장은 『총재에게 사전보고했다』고 말해 기업 명단공개 책임을 둘러싸고 이총재측과 강총장 사이에 갈등기류마저 엿보인다. 또 「DJ 비자금」 발표 전략 자체가 잘못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대중총재의 비자금을 문제삼으면서 이총재와 3김을 차별화한다」는 전략이 오판이었다는 것. 돈문제에 관한 한 신한국당이 국민회의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보편적인 인식을 무시한데서 초래된 결과라는 얘기다. 이총재의 부산 방문을 수행한 측근 의원들은 이날 별도로 대책회의를 가졌으나 이총재가 직접 기자회견을 갖고 기업과 중산층의 반발심리를 무마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외에 별다른 묘책을 찾지 못했다. 〈부산〓박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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