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정국 전망]퇴로막힌 與 「인책론」부상

  • 입력 1997년 10월 12일 20시 22분


정국을 파란속에 몰아넣은 「DJ(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 비자금」 파문이 금주중 어떤 형식으로든 고비를 맞을 것 같다. 신한국당측은 공식적으로 DJ에 대한 공세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으나 이미 내부적으로는 자체 비판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또 국민회의측은 가급적 맞대응을 하지 않고 정책대결이라는 「차별화 전략」으로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폭로전 초기와는 다른 「2차 징후(徵候)」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주중 대선가도를 뒤덮었던 「비자금 안개」가 일정 부분 걷힐 경우 비자금 파문으로 인한 득실분석에 바탕을 둔 각 후보나 정파 연대 움직임도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자금정국의 최대 초점은 검찰의 수사착수 여부다. 「DJ 비자금」수수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스스로 퇴로(退路)를 봉쇄해버린 신한국당으로서는 검찰의 수사착수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검찰의 수사착수 여부는 최종적으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사안이다. 따라서 여론의 향배나 정국의 추이에 따라 극히 가변적인 상황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는 신한국당에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DJ 비자금의혹」을 제기한 이후 신한국당의 의도와는 달리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지지율은 답보 내지 하락세를 보이면서 3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한국당에 대한 경제계의 불만과 불신이 고조되면서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검찰이 선뜻 나서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주 김대통령을 독대한 검찰고위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도 예상되는 엄청난 부작용을 거론하며 검찰의 수사착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DJ 비자금의혹」 제기가 결국 「자충수」로 판명될 경우엔 비자금공방의 소용돌이속에 묻혔던 당내 갈등의 불씨가 되살아날 것이 분명하다.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 등 「주전론자(主戰論者)」들에 대한 인책론도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또 「백약(百藥)이 무효」라는 실망감이 당내에 팽배하면서 주류측 인사들마저 동요할 수 있다. 예정시한인 15일까지 「DJP 후보단일화」 합의문 작성이 이뤄진다면 DJ는 비자금파문의 수렁에서 벗어나 대세론을 굳히기 위한 행보를 한층 가속할 것이다. 그럴 경우 신한국당의 동요는 한층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회의는 비자금 파문으로 인한 타격이 예상보다 약하게 나타나자 안도하면서 맞대응을 자제하는 등 대응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분위기다.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가 관망자세에서 확실한 공조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국민회의로서는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 진영은 비자금 파문의 와중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많은 「어부지리」를 얻었다는 자체 판단아래 이총재나 DJ와의 차별화 노력을 계속하면서 창당작업을 서두를 것이다. 금주의 정치일정은 숨가쁘다. 20일이 활동시한인 국회 정치개혁특위도 금주중 주요쟁점에 대한 협상타결을 위해 막바지 절충을 시도할 것이다. 또 법사위의 대검과 법무부 국감 및 정보위의 안기부 국감도 치열한 비자금공방의 「전장(戰場)」이 될 것이다. 아무튼 금주중 비자금 공방의 전세(戰勢)가 드러나면서 정국의 큰 가닥, 그리고 두달 남짓 남은 대선 기본구도의 큰 틀도 보다 분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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