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 비자금 의혹제기파문이후 최대 관심사는 각 후보의 지지율에 미친 영향이다. 이는 신한국당이 두차례에 걸쳐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의도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김총재의 상승세를 꺾고 자당의 이회창(李會昌)총재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데에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을 비롯, 신한국당 당직자들은 『이번 비자금 공개로 김총재의 집권시도는 물건너갔다. 대신 이총재의 깨끗한 이미지가 부각돼 2위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파동 이후 실시한 몇몇 여론조사 결과는 신한국당의 기대와 완전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신한국당이 김총재 비자금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한 7일 이후 현재까지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세계일보 등 3개 언론기관이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그 결과 비자금 파동이 각 후보의 지지율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거나 신한국당의 의도와는 반대로 이회창총재의 지지율이 오히려 다소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중앙일보가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간 자체여론조사팀에서 유권자 1천3백여명을 상대로 잇따라 조사한 결과는 신한국당의 비자금 문제 제기가 「악수(惡手)」였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8일의 조사결과는 △김대중총재 33.4%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 26.6% △이회창총재 24.0% △조순(趙淳)민주당총재 6.7%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 4.7% 순이었다.
그러나 11일의 조사에서는 △김대중총재 35.8% △이인제전지사 27.2% △이회창총재 17.8% △조순총재 7.0% △김종필총재 6.0%로 나타났다. 이회창총재 지지율은 6.2% 하락한 반면 김대중총재는 2.4% 올라간 것이다.
중앙일보의 조사에서는 또 「김대중총재가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았을 것이다」라고 생각한다는 응답보다 「이회창총재가 대선후보 경선 당시 기업에서 돈을 받았을 것이다」라는 응답이 훨씬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신문이 11∼12일 이틀간 자체조사팀을 가동, 1천여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는 △김대중총재 32.4% △이인제전지사 21.0% △이회창총재 17.7% △조순총재 6.6% △김종필총재 3.2% 순이었다.
한겨레신문의 조사에서는 특히 「비자금공개가 후보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이 39.9%였으나 막상 「지지후보를 바꿀 생각이 있다」는 질문에는 6.7%만 긍정적으로 답변, 신한국당의 기대와 거리가 멀었다.
세계일보가 11일 월드리서치에 의뢰,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는 △김대중총재 29.1% △이인제전지사 24.4% △이회창총재 15.3% △조순총재 6.5% △김종필총재 4.4% 순이었다.
〈최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