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비자금정국」고민]개입땐 黨곤경 처할 위기

  • 입력 1997년 10월 10일 20시 27분


『「청와대 개입의혹」을 방치할 수도 없고 「비자금 폭로」를 말릴 수도 없고…』 신한국당의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 비자금 의혹 제기로 여야간의 공방이 치열해지자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깊은 고민에 싸여 있는 듯하다. 마땅히 처신할 방도를 찾기 어려워서다. 이 때문인지 지난 며칠동안 상황반전의 기대감까지 내비치며 말조심을 하던 청와대 관계자들의 입에서 10일 일제히 「당에서 주도한 일」이란 말이 나올 만큼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 7일 강삼재(姜三載)신한국당사무총장의 비자금 폭로 이후 청와대 핵심관계자들은 김대통령과의 「사전협의」가 없었음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한 핵심관계자는 10일 『강총장의 비자금 폭로 직후 김대통령은 「나도 몰랐다」며 당혹감을 보였다』면서 『김대통령은 상황을 걱정스럽게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비자금 폭로를 말리는 듯한 인상을 줄 경우 또다른 「해석」이 나오고 결국 신한국당이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청와대측의 고민이다. 반대로 계속 함구할 경우엔 개입의혹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청와대측의 답답함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9일로 예정됐던 김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총재간의 회동이 무산돼 그 배경이 정치권 안팎의 관심사로 대두됐다. 회동무산에 대해 양측의 배경설명은 「이총재의 요청이 있었으나 시점이 적절치 않아 거절했다」(청와대) 「지난 2일 회동 때 날짜를 잡았으나 취소됐다」(신한국당)로 다소 엇갈린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이번 파문에 얽혀드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김대통령은 8월 「색깔론」공방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명확한 입장을 밝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입장을 표명할 것 같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관계자는 『분명히 말하지만 김대통령은 대선문제에 관해 이미 마음을 비운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동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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