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국감]당리당략에 일과성 질문 일쑤

  • 입력 1997년 10월 1일 19시 55분


우리나라 국정감사는 제구실을 하고 있는 것일까. 대다수의 학계인사와 전문가들은 국감이 행정부를 견제하는 상징적 역할은 어느 정도 하고 있지만 현재의 국감방식은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왜 국감을 하는가 하는 국감의 본질을 되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오연천(吳然天)교수는 『국감의 본질은 이미 만들어진 법령 예산 정책 등을 점검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다음번 법개정이나 예산심의 등에서 고쳐나간다는 것이 본질인데 그런 본질은 외면하고 스캔들을 찾아내 폭로하는데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교수는 이어 『국회에서는 예산책정 법령제정 등 새로운 일을 추진하는 데는 열심이지만 사후점검이나 평가, 보완작업은 소홀히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종흡(朴鍾洽) 전 국회입법차장은 국감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색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단적으로 말해 의원들이 소속 정당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전차장은 『의원들이 소속 정당의 당리당략에 얽매여 정치적 입장에서 국감을 이용하려 하기 때문에 일과성 질문만 할 뿐 후속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감에서 화려하게 질문을 하고 추궁을 하더라도 그것이 당의 뜻이 아니면 나중에는 자연히 목소리를 낮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의원들을 상대로 한 한 연구에서 자신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집단은 언론 정당 선거구민의 순이라고 밝힌 것도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선진국 의원들이 선거구민의 영향력을 최우선으로 의식, 당리당략보다는 선거구민의 이해관계에 따라 의정활동을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너무 광범위한 국감을 하려 하기 때문에 「수박겉핥기식」이나 「백화점식 공세」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오교수는 특정국책사업이나 정책현안, 관심있는 사회문제에 대해 우선순위를 두고 범위를 좁혀 깊게 파고드는 국감을 한 뒤 상임위별로 리포트를 작성해 행정부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전차장도 『상임위에 자율성을 주고 국감대상기관의 수를 줄여 국감준비시간을 늘려야 한다』며 『감사목표도 정책의 잘잘못을 따지는 등 관리책임을 묻기보다는 법적책임에 대해 깊이있게 파고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도 할 말이 많다. 박원순(朴元淳)참여연대사무처장과 고계현(高桂鉉)경실련정책연구부장은 『한시적으로 짧은 시간동안 국감을 하기 때문에 과도한 자료요구와 로비 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상임위의 상시운영」을 강조했다. 박사무처장은 『감사대상기관은 방대하고 전문적인데도 견제장치는 너무나 미미하다』면서 미국식의 「전문조사관제도」를 도입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전문위원의 확충 또는 공용보좌관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전차장은 의원들이 정보수집을 하기 위해 보좌관을 늘려달라고 하기보다는 국회내에 있는 직원들이라도 제대로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능력있는 국회직원들을 불신해 활용하지 않고 또다른 조직을 구성해 인원을 늘리는 것은 낭비라는 지적이다. 박사무처장과 고연구부장은 감사원의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내놓았다. 박사무처장은 『대통령직속의 감사원을 국회 소속으로 전환, 회계감사 위주로 행정부를 감시 견제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연구부장은 『감사원을 국회소속으로 전환하는 것이 헌법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어렵다면 적어도 국회가 절차를 밟아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상시적인 협조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학계와 전문가들은 국감이 제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의원들이 당이나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국정을 감시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헌법상 독립기관인 개별의원들이 「구속의 고리」를 끊고 국민을 대표해 행정부를 감시하는 중립적 위치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재호·정용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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