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혜림 조카딸 이남옥 英紙회견]어머니 행방엔 함구

  • 입력 1997년 10월 1일 08시 47분


성혜림의 조카딸 이남옥은 텔레그래프지 피아메타 로코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자신과 어머니 성혜랑의 근황에 대해서는 일절 밝히지 않았다. 심지어 정면사진 촬영마저 거부하는 등 신변노출에 상당히 신경을 썼다. 그는 『남한 사람들은 나의 최근 사진을 갖고 있지 않다』며 『그들에게 나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남옥은 모스크바에서 병치레를 하고 있던 이모 성혜림을 위해 해외쇼핑을 한다는 구실로 평양을 탈출, 모스크바를 거쳐 제네바로 간 뒤 잠적했으며 그때까지는 위조여권으로 해외여행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평양을 떠나기 전 양아버지인 김정일에게 『떠날 결심을 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만약 나를 찾으려면 모든 외교가에서 우리 가족 중 누군가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물의를 일으키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편지를 남겼다고 말했다. 이 편지에서 그는 『돈이 떨어지면 슈퍼에서 일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내 힘으로 계속 공부를 할 것』이라며 북한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향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남옥은 항상 납치와 암살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남한측은 나를 데리고 가서 다가오는 대통령선거에 앞서 망명자로 내세우는 것보다 더 좋은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빠 이한영과 관련, 『15년전 제네바에서 실종된 뒤 그동안 소식을 몰라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95년 한국에 나타났다가 올 2월 살해됐다』며 『그는 납치당한 것이 분명하며 한국이나 북한 어느쪽의 소행인지는 모르지만 양쪽 모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남옥은 또한 양아버지 김정일에 대해 『사랑스러우면서도 엄격했던 분』이라며 『매우 개방적이고 현대적인 사고를 가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남옥은 자신의 장래계획과 관련, 김정일의 사저에서의 생활에 관한 책을 내년에 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 책은 「황금 새장(Golden Cage)」이란 제목의 영문판으로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체제에 대해 『체제 자체에는 실망하지 않는다』고 비난을 자제하면서 『그러나 세상이 변하고 있는 만큼 우리 체제도 변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남옥은 10세때 어머니 성혜랑과 함께 김정일의 사저에 들어가 살도록 요청받았다면서 『그곳에서의 생활은 마치 영국 소녀가 버킹엄궁에 들어가 사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런던〓이진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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