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출마설이 나돌고 있는 이인제(李仁濟)경기지사진영은 11일 밤 늦게까지 장소를 옮겨가며 전략회의를 열어 이지사의 거취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이지사측은 「단독탈당이냐, 동반탈당이냐」를 놓고 다각도로 저울질해오던 중 총재직 조기이양추진 등 여권의 재결속강화로 위기감을 느끼자 조기에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대두, 갑자기 이날 회의를 마련했다. 그러나 당주류측의 회유와 설득이 진행된 탓인지 이지사진영내에서도 신중론이 만만치 않았다.
먼저 이지사는 이날 저녁 의원회관에서 서석재(徐錫宰)의원과 30여분간 밀담을 나눈 뒤 김학원(金學元)의원실에서 김운환 이용삼(李龍三)의원, 박태권(朴泰權) 김창석(金昌錫)위원장 등과 함께 2시간여동안 1차 회의를 열었다. 이어 이들은 서울강남의 한 호텔로 장소를 옮겨 원유철(元裕哲) 김영선(金映宣)의원 등과 합류, 총 20명의 원내외위원장들이 모인 가운데 12일 새벽까지 5시간여동안 마라톤 난상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추석전 「조기출마론」을 주장하는 원외위원장들이 수적으로 다수를 이뤘으나 현역의원들은 「이대표 협력론」「관망론」「불출마론」 등 신중론을 주로 제기했다.
김학원 이용삼의원 등 현역의원들은 대체로 『지금이라도 이지사는 당에 남아서 이대표를 도우면 명분을 살릴 수 있다』『좀 더 상황을 지켜본 뒤 거취를 정하자』『불출마하더라도 이회창(李會昌)대표가 낙선하면 우리가 당의 주역이 되는 것이다』는 등 조기출마론에 반대했다.
그러나 안양로(安亮老)위원장 등 15명의 원외들은 『시간이 절박하다. 이지사가 추석전에 출마의사를 밝혀야 한다. 당에 들어가면 이지사는 고사당한다』며 강경론을 펼쳤다.
이지사는 계속 경청했으나 이지사의 한 측근은 『이지사의 의지가 완강하고 종전과 변화가 없으며 이미 독자출마결심을 굳힌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이지사가 우호세력으로 눈길을 보내고 있는 민주계 일부가 이지사의 조기출마에 대해 부정적인 것도 이지사로서는 고민이다. 여권이 이대표 중심 대동단결론을 펴는 상황에서 최소한 여론의 분기점이 되는 추석연휴를 지켜본 뒤 이달말 경 이대표의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을때 「거사」를 꾀해야 명분도 얻을 수 있다는 게 서석재의원 등 민주계 인사들의 생각이다.
따라서 민주계는 이지사의 추석전 출마가 자신들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하고 걱정한다.
아울러 당주류측은 여전히 『믿는 데가 있다』며 이지사가 출마하지 못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이같은 사정때문에 이지사가 사실상 출마준비를 다 끝낸 상황이지만 막판에 자신의 결심을 보류할 수 있다고 점치는 견해도 없지 않다.
〈이원재·정연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