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정부 예산안 확정을 앞두고 진행중인 정부와 신한국당간의 예산안 심의가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당정간 예산심의 갈등은 복지나 지역구개발, 선심성 사업에 한푼의 돈이라도 더 배정하려는 당과 재원의 한계를 내세우는 정부 사이에 해마다 되풀이되는 현상이지만 올해는 좀 다르다.
무엇보다도 내년도 세수여건이 너무나 나쁘다. 올해 세수만 해도 3조5천억원이 결손될 것으로 예상돼 세출 축소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짜야 할 판이며 경기침체 지속으로 내년에도 여전히 세금이 많이 걷히기 어려운 전망이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여당의 입장을 배려해주고 싶어도 내년에는 신규사업 자체가 불가능한 지경이며 계속사업도 내년도 예산배정액을 계획보다 줄여야 할 처지다.
그러나 신한국당으로서는 당장 눈앞에 닥친 대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그렇지 않아도 당의 대선승산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이미 약속한 예산마저 따내지 못할 경우 민심을 잡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당정은 지난달 25일부터 1일까지 분야별로 예산심의를 벌였으나 평행선만 달렸다. 정부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 예산심의를 거부하자는 의견이 당 일각에서 나올 정도였다.
정부는 새해 예산규모를 올해보다 5∼6% 늘어난 75조원 규모로 편성하겠다는 당초 조정안에서 좀처럼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 조정안에 따르면 14대 대선공약사업인 총 42조원의 농어촌투자가 내년에 8천4백억원 삭감돼 농민의 원망을 사게 된다.
또 교육예산을 국민총생산(GNP)의 5%까지 끌어올리는 62조원의 교육개혁투자도 차질을 빚게 된다.
그러자 신한국당은 이회창(李會昌)대표까지 직접 예산심의장소에 참석해 『내년에 세수부진이 예측되더라도 국민에게 이미 약속한 농어촌투자와 교육개혁투자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대표는 또 『무엇보다도 어려운 경제를 회생시키고 21세기 경쟁력있는 경제기반 구축을 위해 꼭 필요한 중소기업 과학기술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대한 생산적 투자에 최대한의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런 선상에서 신한국당은 새해 예산 증가율이 적어도 8∼9%는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측 증가율에 비하면 2조원 정도가 불어나는 규모다.
결국 당정간 예산줄다리기는 3일부터 6일까지 나흘간 진행되는 계수조정작업에서 결판이 나게 되지만 지난해 예산심의 때 증액(8천4백억원)과 비슷한 수준에서 신한국당의 요구가 수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당정은 오는 8일 정부 예산안을 확정한다.
〈이원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