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盧씨 사면論]李대표『정국 내가 주도』「승부수」

  • 입력 1997년 9월 1일 20시 50분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두 전직대통령의 석방문제가 추석을 앞둔 정국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국민회의의 김대중(金大中)총재가 「현정권 임기내 전,노씨 사면」을 주장하자마자 신한국당의 이회창(李會昌)대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추석전 석방 추진」 입장을 밝혔다. 갑자기 전,노씨 사면 문제가 불거진 것은 대선과 관련, 양측이 정치적 이해득실을 계산한 결과다. 각 정파의 반응이 엇갈리는 것도 이때문이다. 아무튼 이 문제의 열쇠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쥐고 있다. 따라서 여권 내부의 의견조율이 최대 관건이나 전도는 불투명하다. 이대표가 전,노씨 석방추진 의사를 밝힌데 대해 청와대측의 반응은 소극적이다. 겉보기로는 불협화음도 느껴진다. 이대표의 측근들조차 『불교신도 등 수백만명이 연명으로 전,노씨에 대한 「8.15 사면」을 탄원했어도 받아들이지 않은 김대통령이 이대표의 건의를 과연 받아들일는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이대표가 청와대측과 사전 협의없이 전,노씨 석방추진 의사를 밝힌 것은 정국주도권 회복을 위한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이대표측은 최근 이미지 만회를 위해 김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대표의 한 측근은 『이대표가 추석전 두세개의 카드를 더 뽑아들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대표가 금명간 당총재직 조기이양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김대통령이 이대표의 전,노씨 석방 건의를 묵살한다면 당정관계가 급속히 냉각될 가능성이 크다. 이인제(李仁濟)경기지사에게 탈당명분을 제공하는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당안팎에서 나온다. 이대표의 전,노씨 석방추진에 대한 당내 일부 민주계 인사들의 반응이 부정적인 것도 예사롭지 않다. 전,노씨 석방추진과 관련한 여권내 갈등은 기본적으로 보수대연합 추진움직임에 대한 상반된 기대감과 경계심에 기인한다. 국민회의측의 셈법도 매우 복잡하다. 김대중총재가 전,노씨 사면을 주장한 것은 기본적으로 보수대연합 추진움직임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제한적이나마 「보수 끌어안기」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민회의는 대선을 앞두고 구(舊) 여권인사들과의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대선국면에서 전,노씨와의 화해와 협조까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국민회의는 이대표의 전,노씨 석방추진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결국 열쇠는 여권이 쥐고 있다는 점에서 판은 국민회의가 벌여놓고 과실은 여권이 챙기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동안 전,노씨 사면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자민련과 가장 부정적이었던 민주당의 입장이 혼란스러운 것도 이 문제에 얽힌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추석전 전,노씨 석방여부는 최종적으로 김대통령의 결심에 달려 있다. 그리고 김대통령의 1차적인 판단기준은 「미묘한 민심의 기류」와 「이대표의 정치적 입지에 미칠 영향」 등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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