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시장 불안의 원인으로 한결같이 기아사태 등 대기업 부도사태로 인한 막연한 불안심리의 확산을 꼽는다.
이에 따라 정부의 공식 대응도 불안심리 해소차원에 역점을 두는 인상이다.
20일 재경원이 발표한 공식입장도 『경상수지도 개선되고 무엇보다 자본수지가 지난해보다 두배이상 흑자를 보이고 있는데 외화부족을 걱정할 일이 없다』는 식이다.
말하자면 일부 환투기꾼들의 가세와 시장참여자의 불안심리가 환율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元鳳喜(원봉희)재경원 금융총괄심의관은 『금융시장과 환율시장이 위기상황이라고 볼 조짐은 전혀 없다』고까지 공언했다.
하지만 재경원 고위 관계자는 『국내 금융기관의 신인도 하락을 막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중』이라며 『금융기관이 경영난에 봉착할 때는 정부가 동원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외적으로는 낙관론을 펴지만 내부적으로는 심상치 않다는 상황인식을 갖고 있는 셈이다.
재경원은 우선 금리상승의 원인이 기아사태 등으로 인한 불안심리와 함께 월말 및 추석자금수요가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 은행권이 금리상승을 노리고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하는데다 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으로 시중자금이 은행쪽에 몰리면서 제2금융권의 돈줄을 죄었다는 것.
특히 종금사들이 외환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자 원화시장에서도 국내 은행들의 기피대상이 되면서 금리상승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환율불안은 기아사태와 이로 인해 경영난에 봉착한 제일은행의 신용하락에 따른 것이라는게 재경원의 분석.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은 물론 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일거에 떨어지면서 외화차입 루트에 큰 걸림돌이 생겼다.
특히 일부 종금사들은 국제금융업무를 하면서 자체적인 신용도로는 외화차입이 불가능해 국내 은행에 달러공급을 의존해왔기 때문에 한번 상황이 나빠지자 급속히 미끄럼을 탔다.
재경원은 금리안정을 위해 20일 한국은행의 환매조건부채권(RP)매입과 통화채중도환매를 통해 시중에 1조6천억원을 방출하는 등 지난 12일부터 모두 5조5천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에 따라 3년만기 회사채수익률은 19일 12.32%까지 치솟았다가 20일 12.30%로 내려갔다. 재경원은 또 국내자금조달의 어려움으로 부도설까지 나돌고 있는 C종금에 대해서는 국고여유자금을 지원하는 등 제2금융권의 자금경색을 막기 위해서 신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윤희상·임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