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내 정발협 핵심인사들이 李壽成(이수성)후보 지지파와 李仁濟(이인제)후보 지지파로 나뉘어 파열음을 내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계는 각개약진할 수밖에 없고 신한국당의 경선판도는 다시 새롭게 짜일 전망이다.
민주계의 분화(分化)는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엄정중립을 표방할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김심(金心·김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하지 않는 한 민주계의 의사결집과 행동통일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발협 일부인사들이 무리하게 「김심」을 내세우면서 내부 분열이 가속화됐다. 실제로 정발협내 분위기가 「이인제 상승무드→이수성 조기지지론→이수성 집단지지불가」 등으로 반전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김심」에 대한 지도부의 해석이 결정적 역할을 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아무튼 민주계의 분화로 신한국당의 경선구도는 한층 혼미해졌다.
현재로서는 李會昌(이회창)후보가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이수성 이인제후보와 나름대로 조직기반을 갖고 있는 李漢東(이한동) 金德龍(김덕룡)후보 등 4인이 치열한 「2위다툼」을 벌이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이회창 대 반(反) 이회창」 구도로 형성돼온 후보간 「전선(戰線)」은 급격하게 다변화되는 추세다.
여전히 핵심적 관심사는 민주계의 향배지만 「김심」이 움직이지 않는 한 민주계의 결집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당내의 중론이다.
민주계가 전당대회 전에 2위권 후보 중 「보다 우세한」 후보에게 힘을 모아줄 가능성도 크지 않다. 2위권 후보간 우열이 전당대회 때까지 확연히 드러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계 일각에서는 결선투표 때 이회창후보가 아닌 결선진출자에게 힘을 몰아주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그러나 성사여부는 불확실하다. 누가 결선에 진출할 것인지, 이회창후보와의 득표차이는 얼마나 될 것인지, 전당대회 당일의 합종연횡 양상 등 상황은 극히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발협의 와해는 민주계의 분화를 가속화시킬 게 틀림없다. 7일 저녁 崔炯佑(최형우)고문계 20여명이 모여 이수성후보를 지지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1백53명의 정발협 가입 원내외위원장 중 이수성후보 지지파는 대략 28명, 이인제후보 지지파는 19명, 관망파는 40여명으로 분류된다. 또 이회창후보 지지파와 김덕룡의원 지지파는 각각 22명과 25명정도로 대부분 이미 각 진영에서 뛰는 중이다.
당초 60여명에 이르렀던 관망파는 최근 내부 진통을 겪는 과정에서 크게 줄어들었다. 앞으로도 이수성 이인제후보 등 양 진영의 세불리기 작업이 치열해지면 대부분 흡수될 전망이다.
이수성후보 진영의 경우 2,3단계로 나눠 10명씩 20명씩 정발협 회원들을 수용한다는 계획이다. 최형우고문계의 金正秀(김정수) 黃鶴洙(황학수) 鄭義和(정의화)의원 등도 가담할 예정이다. 그러나 宋千永(송천영)위원장 등 호남 충청권 원외위원장들 중 일부는 이인제후보 지지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인제후보 진영은 최근 金學元(김학원)의원이 나서 동료의원들을 규합중이다. 이중 李相賢(이상현) 元裕哲(원유철) 金映宣(김영선)의원 등은 지난 4일 이인제후보 지지모임에 참석했다. 이인제후보 진영은 또 8일 저녁 서울에서 朴鍾律(박종률)정발협고문과 원내 4,5명 및 원외 20여명 등이 참가하는 지지모임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원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