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토지개혁 부작용 경계해야

  • 입력 1997년 6월 16일 19시 59분


용지공급확대에 중점을 두고 토지정책을 전환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투기방지 등 수요억제에 역점을 두던 지금까지의 정책기조를 택지나 공장용지 등 쓸 수 있는 땅의 공급을 적극 늘리는 쪽으로 바꾸겠다는 내용이어서 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땅이 필요한 사람 모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는 용지공급을 늘리는 방법으로 우선 토지관련 세제를 개편해 종합토지세 등 보유세율을 대폭 올리고, 사는 사람이 무는 세금인 등록세와 취득세 등을 크게 내려 토지거래를 활성화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택지개발지침 산업입지법시행령 등 관련법령을 오는 10월까지 정비하고 민간에 토지수용권을 제한적으로 주어서라도 개발을 촉진해 용지공급을 늘리겠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기울기 18도 이하의 산지나 구릉지까지 연구시설과 주택단지 휴양지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정부의 이번 「토지개혁」구상은 토지정책의 일대 혁신이라 평가받을 만큼 획기적이다. 우리 국토 가운데 택지나 공장용지로 쓸 수 있는 땅의 비율은 4.8%에 불과하다. 일본 7%, 대만 6%, 영국 13% 등과 비교할 때 활용도가 극히 낮다. 그동안의 토지정책이 투기억제와 개발규제에 중점을 두어 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쓸 수 있는 땅에는 실수요와 함께 만성적으로 투기수요가 몰려 땅값이 오를 대로 오르고 그나마 공급이 한계에 이르러 주택의 확대공급과 공장의 증설은 물론 기업경쟁력 확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따라서 각종 개발규제를 풀어 오는 2011년까지 도시적 용도로 쓸 수 있는 땅의 비율을 국토의 7%대로 높이기로 한 새 토지정책은 일단 방향이 옳다. 그러나 토지정책의 기본 틀을 바꾸는 이처럼 큰 정책수정이 대통령선거를 바로 앞둔 시점에서 발표되었다는 점이 우선 석연치 않다. 정부는 14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지난 91년에도 도시주변 야산 1억9천만평을 택지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으나, 가령 용인 봉명지구의 경우 93년 계획을 백지화한 예가 있다. 토지정책은 수없이 많은 갈래로 이해가 얽힌 예민한 문제다. 관계법 개정 등 앞으로의 과정도 만만치 않다. 정부내에서라도 충분한 사전토의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새 토지정책이 무리 없이 추진되려면 개발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을 빠짐 없이 점검하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면밀한 사전대책을 세워야 한다. 가령 앞으로 14년 동안 산기슭까지 개발해 용지공급량을 48% 늘리려면 당장 숲과 녹지의 훼손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그곳에 대형 주택단지와 공장 휴양지 등이 들어설 경우 부근의 수질과 대기가 오염되는 등 적지 않은 환경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교통과 문화적 수요, 국토의 조화 있는 개발 등 사전대책이 필요한 부분은 한둘이 아니다. 새 토지정책 발표로 산지나 구릉지 등에 투기가 일 가능성 또한 예의 경계해야 한다. 모처럼의 정책변경이 이제까지 값이 비교적 쌌던 산간지 땅값마저 오히려 올린다면 만사가 물거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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