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리스트」 청와대 비서관이 李대표에 알려줬다』

  • 입력 1997년 4월 25일 08시 22분


신한국당의 李會昌(이회창)대표에게 「鄭泰守(정태수)리스트」를 미리 알려준 사람은 청와대의 모 수석비서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수석비서관은 검찰로부터 정태수리스트에 올라있는 정치인의 이름을 파악, 이대표에게 비공식적으로 알려 주었다는 것이다. 한편 이대표가 검찰 수사 전에 정태수리스트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본보에 보도되자 정치권에서는 각기 입장에 따라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측은 「정태수리스트」 유출사건에 대해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민주계가 제기해온 「음모론」의 화살이 청와대로 쏠릴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골치아픈 사태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리스트를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며 『도대체 누가 통보했단 얘기냐』고 언성을 높였다. 다른 고위관계자도 『리스트의 전모를 알지도 못했고 이대표와는 개인적인 인연도 없어 전화 한통 한 적이 없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실제로 리스트를 알고 있는 고위인사가 여러명이었던 점에 비추어 어떤 경로로든 이대표측에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청와대내의 지배적 시각이다. ○…신한국당의 河舜鳳(하순봉)대표비서실장 등은 당직자회의 참석 직전에 『나는 모르는 일이다』 『사실과 다르다』고 말하면서도 사안의 중요성 때문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李允盛(이윤성)대변인은 당직자회의를 마친 뒤 『이대표가 어떤 기관으로부터도 공식적으로 명단을 통보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이대표가 사전에 정치인들의 명단을 통보받은 사실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라며 『그렇다고 이대표가 이를 공개적으로 시인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 당직자는 『이 문제는 당대표로서의 처신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민감한 사안』이라며 『자칫하면 당내 계파간에 큰 분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검찰수사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고 그 과정에서 이대표의 수수방관하는 듯한 태도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던 민주계측은 『그럴 줄 알았다』며 불쾌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은 이대표의 「정태수리스트」 사전인지 문제를 이대표에게 정치적 상처를 입히는 동시에 신한국당 내분을 부추길 수 있는 호재로 삼을 태세다. 특히 국민회의는 『이대표가 한보수사와 관련된 음모를 방조하면서 겉으로는 수사조기종결의 제스처를 보인 의혹을 입증한 것』이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鄭東泳(정동영)대변인은 이날 『검찰수사사항이 특정 정당대표에게 통보됐다는 것은 검찰권이 여권에 예속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는 또 여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음모설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자민련의 李圭陽(이규양)부대변인도 『그동안 민주계가 제기한 음모설 등에 대해 이대표는 분명하게 해명해야 한다』며 『청와대와 이대표가 일부 정치인의 조사제외 등 검찰의 정치권수사에 개입한 게 아닌가하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관·최영묵·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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