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계,『反이회창』 확산속 『누굴 밀어주나…』 고심

  • 입력 1997년 4월 6일 19시 56분


신한국당내 민주계 중진들의 결집체인 「민주화세력모임」 간사장인 徐錫宰(서석재)의원은 지난 3일 두번째 모임을 가질 때도 白南治(백남치)의원을 부르지 않았다. 『계속 부르지 않을 것이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서의원은 『부를 필요가 있느냐』고 답했다. 「뭉쳐야 산다」는 민주계의 「규율」을 저버리고 특정대선주자, 그것도 李會昌(이회창)대표에게 줄을 섰기 때문에 부를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민주계는 맏형격인 崔炯佑(최형우)고문이 지난달 11일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부산 경남의원 모임, 초재선 의원 모임, 14인 중진모임 등을 잇따라 가지며 단합을 외치고 있다. 이들 모임에서 한가지 분명하게 감지되는 기류는 이대표에 대한 「거부감」이다. 이들 모임에서는 『법무장관이나 하면 될 사람이다』 『대통령한테 대든 것 말고 검증받은 게 뭐 있나』 『(당선시켜 봐야)당할 것이 뻔한데 어떻게 밀어주나』라는 말이 서슴없이 튀어나올 정도로 민주계의 「반(反)이회창 정서」는 폭넓게 확산돼 있다. 민주계의 「李壽成(이수성)대안론」은 바로 이같은 「반 이회창 정서」와 표리(表裏)를 이룬다. 과거 서울대 교수시절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 치료차 최고문과 같은 서울대병원 12층 특실에 입원했던 이수성고문은 두 차례나 최고문의 병실을 찾았다. 최고문의 비서실장인 黃昭雄(황소웅)씨도 이고문의 병실을 「답방」했다. 이같은 왕래사실을 둘러싸고 『단순한 병문안만은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李洪九(이홍구)고문이나 朴燦鍾(박찬종)고문도 민주계와 괜찮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고문의 와병을 가장 애석해하는 사람이 이홍구고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당내 기반이 취약한 이들이 대선행보를 계속하는 것도 물론 민주계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사불란하게 특정인을 대안으로 내세울만큼 민주계의 입장이 정리된 건 아니다. 우선 눈에 띄는 소계파만해도 최형우고문계의 「溫山(온산·최고문의 아호)쾌유모임」, 서의원이 나라사랑실천운동본부 후신으로 추진중인 「21세기 민주연합」, 金德龍(김덕룡)의원계, 朴寬用(박관용)사무총장의 「마포포럼」 등 갈래갈래로 나뉘어 있다. 민주계가 과연 일사불란하게 특정주자를 밀어 정권재창출의 주도세력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더 많다.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갖가지 갈등과 의혹의 시선들이 오간다. 서의원의 최근 행보를 놓고도 최고문계에서는 『민주계를 「도매금」으로 이대표에게 넘기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金潤煥(김윤환)고문은 아예 『민주계가 무슨 실체가 있느냐. 뿔뿔이 갈라져 있는데…』라고 폄하한다. 민주계는 이달중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마련한다. 「민주화세력모임」을 중심으로 단합을 다지면서 한보사태가 마무리되는 5월 초순이나 중순경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계획이다. 이수성고문도 비슷한 시기에 거취를 밝히겠다고 한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김창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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