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가 부도나기 직전인 지난해 말과 올해초 청와대와 관계부처가 은행대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우찬목 전조흥은행장 등의 검찰진술내용이 공개(본보 26일자 1면 보도)되면서 대출에 관여한 李錫采(이석채) 전 청와대경제수석 등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검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의 대출개입 흔적은 △지난해 12월3일 우전행장이 이전수석을 만난 뒤 1천억원을 대출해줬고 △지난해 12월20일경 尹鎭植(윤진식)청와대비서관이 張明善(장명선)외환은행장에게 대출을 종용한 것 등에서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 △지난해 12월말 1천2백억원의 긴급대출을 결정한 4개 은행장회의 전에 제일은행이 윤비서관 李秀烋(이수휴)은행감독원장 林昌烈(임창렬)재정경제원차관 등과 추가자금지원을 협의했고 △지난 1월7일 이전수석이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을 청와대로 불러 만났다는 것도 의혹부분이다.
이에 대해 이전수석은 『한보부도설이 나돈 지난해 12월초부터 청와대가 재경원 은감원 주거래은행 등에 한보의 실상을 보고하도록 요청했다』고 말해 한보에 대한 은행대출문제에 청와대가 관심을 기울였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그는 이어 『기업에 문제가 생겨 엄청난 경제적 파장이 우려될 때 정부로서는 부도를 내지 않고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라며 지난해 12월 이후의 정부개입은 정당한 조치였다고 말하고 있다.
1천2백억원의 긴급대출에 대해서는 『정부나 은행입장에서 부도를 낼 만한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대출된 것』이라며 『대출청탁을 받았다거나 지난 1월7일 정총회장을 만났다는 것은 정총회장의 허위진술』이라고 이전수석은 반박했다.
검찰은 우전행장과 장외환은행장 이전수석 등 당사자들의 주장을 종합해볼때 이전수석 윤비서관 등이대출에직 간접으로 개입한것은 분명하다고 보고있다. 따라서 직권남용죄나권리행사방해죄 등을 적용해형사처벌할 수 있는지를적극 검토중이다.
다만 당시 청와대의 개입이 이전수석의 말대로 한보부도의 파장을 최소화하기위한대응과정에서 불가피했던것이었는지, 아니면한보측이나 洪仁吉(홍인길)의원 등의 로비에 의한것인지는 더 조사를해봐야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특히 지난해 12월 조흥은행의 1천억원 대출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홍의원의 『정총회장의 부탁을 받고 이전수석에게 두 차례 대출청탁을 했었다』는 진술과 우전행장의 『처음에는 정총회장의 대출요구를 거절하려 했으나 이전수석을 만난 뒤 곧바로 1천억원을 대출해줬다』는 진술을 종합해 볼때 「정태수→홍인길→이석채→우찬목」의 비정상적 연결고리를 통해 대출이 이뤄졌다는 추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