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특혜대출비리와 金賢哲(김현철)씨 비리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가 출발단계부터 거북걸음을 하고 있다.
수사착수 6일째에 접어들고 있지만 이렇다 할 수사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의 총사령탑인 沈在淪(심재륜)대검중수부장은 26일 오후 이례적으로 매일 해오던 정례 브리핑을 취소했다.
한보철강에 돈을 대출해 준 은행 실무자들과 한보그룹 경리실무자 몇 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을 뿐 보도진에 브리핑해 줄 내용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심중수부장은 이날 『李炯九(이형구) 金時衡(김시형)전현직 산은총재와 張明善(장명선)외환은행장 등 전현직 은행장들을 언제 소환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분들도 빨리 검찰에 와서 조사받았으면 좋겠다더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아직 소환 조사할 만큼 수사진전이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한보 부도 직후 관련자 36명을 출국금지조치하고 3,4일 간격으로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 총회장과 은행장 국회의원 장관 등을 구속했던 1차 수사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김현철씨의 비리의혹에 대한 수사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지난 21일 김씨의 최측근인 심우 대표 朴泰重(박태중)씨의 자택과 사무실에서 압수한 자료를 5일째 정밀분석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김씨의 비리에 대한 이렇다 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또 92년 대선자금 유입설, 김씨의 정치자금 유입설 등 박씨의 재산형성과정에 대한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검찰은 아직 비리단서를 포착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같이 검찰의 재수사가 우보(牛步)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번 수사가 한보비리의 근원부터 심층적으로 조사하겠다는 새 수사팀의 의지 때문이다.
또 1차 수사에서 이미 걸러진 상태에서 추가 비리를 찾아내야 하는 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재수사결과 마저 국민들로부터 불신받을 경우 검찰이 더 이상 설 땅이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도 수사행보를 더디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같이 수사가 느리게 진행되는 데는 정치적인 고려도 있는 듯하다.
『(현철씨에게) 수의(囚衣)를 입혀 (국회 청문회)증언대에 세울 수는 없지 않느냐』는 수사관계자의 발언은 이같은 점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5월 4일까지 예정된 국회의 국정조사 과정에서 새로운 비리혐의가 드러날 수 있다는 점과 수사를 미리 끝낼 경우 재수사 결과가 오히려 국정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재수사는 각종 요인 때문에 수사착수 단계부터 마무리까지 천천히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종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