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청기자] 대대적인 당정개편이 임박하면서 신한국당엔 파장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당지도부 대부분이 자신들의 경질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기본적인 당무 외에는 손을 놓고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李洪九(이홍구)대표는 27일낮 서울여의도 63빌딩의 한 음식점에서 상임고문단과 「고별오찬」을 가진 뒤 국회본회의에 참석지 않고 당사 집무실에서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공식일정을 자제하면서 당분간 쉴 예정. 자신의 향후 거취에 대해 숙고할 것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이날 상임고문단 오찬에서도 당정개편이나 시국에 관한 얘기는 일절 없었다. 잠시 인천서구와 수원장안구 보궐선거 전망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뒤 줄곧 군사정권시절의 고문(拷問)실태 등 한담을 주고 받았다.
姜三載(강삼재)사무총장은 자신의 유임설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면서 『이번엔 꼭 떠난다. 그게 순리고 내 간절한 희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사무총장 기용설이 나도는 徐淸源(서청원)원내총무도 『이제 쉬고 싶다』며 고개를 저었다.
당지도부의 통제가 이완됨에 따라 일반 의원들 사이엔 자유스러운 분위기마저 감돈다. 대정부질문자로 나선 신한국당 의원들은 연일 야당의원들이 무색할 정도로 정부의 무원칙한 정책기조와 책임회피 등 국정난맥상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다.
야당의원들이 대정부질문을 통해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의 한보관련의혹과 인사개입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해도 종전과 달리 과민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철씨 문제만 언급하면 하루에도 몇차례 반박성명이나 논평을 내던 金哲(김철)대변인도 요즘은 입을 다물었다. 대선예비주자들의 행보는 엇갈린다. 차기대표로 거명되는 李漢東(이한동)고문은 26일 경기출신 초선의원 간담회를 가졌고 전국구 및 강원 충남 전남북출신 의원들과의 만찬도 계획하는 등 움직임이 활발하다. 李會昌(이회창)고문도 보궐선거 정당연설회 등 당활동에 적극적이다. 반면 민주계인 崔炯佑(최형우)고문과 金德龍(김덕룡)의원은 공개적인 활동을 가급적 자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