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주내 서울 올 듯…韓-中-北협상 급진전

  • 입력 1997년 2월 20일 07시 36분


【북경〓특별취재반】 북한 黃長燁(황장엽)노동당비서의 망명문제를 둘러싼 다자간 물밑협상이 급진전돼 이르면 이번주 안에 황비서의 서울행이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경(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19일 『협상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전돼 이번 사건이 조속히 해결될 것』이라며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 망명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이와 관련, 황비서는 북한의 납치 주장과는 달리 자신의 자유의사로 한국대사관에 망명을 요청한 것이라고 확인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밤 외교부 소식통을 인용, 『황비서는 일본을 방문하고 북한으로 돌아가던 중 지난 11일 북경의 북한대사관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한국대사관으로 들어갔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또 이날 저녁 중국 국영 중앙텔레비전(CCTV)도 신화통신의 이같은 내용의 보도를 인용, 방영함에 따라 황의 망명은 사건 발발 직후 처음으로 중국 국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중국의 언론매체들은 그동안 황의 망명요청 이후 일체의 취재 및 보도활동을 하지 않았다. 북경의 일본소식통도 이날 『이번 주내 황비서의 망명이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일본 소식통은 당초 납치설을 강하게 주장했던 북한이 망명을 용인하겠다는 원칙을 표명한 뒤 한국과 북한 그리고 중국의 막후협상이 급진전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한국망명에 따른 세부적인 절충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경 소식통은 본국에서 파견된 金夏中(김하중)외무장관특보가 「별도의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밝혀 망명허용 조건을 둘러싸고 중국은 물론 북한측과도 협상을 벌이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북한 金正日(김정일)의 측근인 金正宇(김정우)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장은 18일 북경에서 『황장엽의 망명 용인은 북한 정부의 결정』이라고 말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19일 북경발로 보도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 경제포럼에 참석한 뒤 귀로에 북경에 들른 김위원장은 이날 북경시내 한 호텔에서 하야카와 도모오(早川智夫) 아시아금융투자회사 사장 및 국제기구 관계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북한의 고위당국자가 황의 망명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또 『조국이 곤경에 처해 있을 때 인민을 배신한 것은 매우 유감으로 용서받을 수 없다』고 비난한뒤 『황의 망명에 개의치 않겠으며 그는 고령이기 때문에 심하게 뒤쫓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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