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청기자] 신한국당 李洪九(이홍구)대표위원의 19일 국회대표연설에 나타난 시국인식은 매우 어둡다. 『경제 정치 사회 안보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오늘이 고달프고 내일이 불안하다』 『지난 세월 우리의 땀과 눈물로 일궈놓은 성장의 열매들이 하나 둘씩 사라져가고 있다』는 발언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그의 진단에는 여당대표로서의 한계도 엿보인다. 그는 『여야정치권 모두가 위기를 조장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치권 전체의 책임을 시종 강조했다. 그는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는 말했으나 집권여당 대표로서의 책임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더욱이 국정운영의 일차적 당사자인 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 정부의 책임을 단한번도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여기서도 그는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는 것은 위기 그 자체가 아니라 위기에 대한 정치권의 부실한 관리능력과 대처능력』이라고 「정치권」의 능력부족을 개탄했다. 다만 이대표는 시국해법에서 「총재와 몇몇 측근」에 집중된 정당운영행태를 극복과제의 하나로 설정했다. 이것 또한 여야 모두를 겨냥한 것이지만 김대통령과 그 측근을 이에 포함시킨 것은 주목할만하다. 청와대의 양해를 얻었을 것으로 보이는 이 대목은 한보사건에 따라 가신(家臣)정치의 배제가 이미 공론화된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 소수에 의한 「통치의 시대」는 끝났다』 『국민의 힘과 지혜를 모으는 새로운 「국가경영능력」이 필요하다』는 선언은 현정권의 독선적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여론을 완곡하게 수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안보분야에서 이대표는 북한의 도발가능성을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사회내부의 친북세력을 척결하는 등 철저히 대비하자고 주장, 공안정국 도래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그는 남북한이 대등한 관계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통일정책의 근본적인 수정 필요성을 제기, 통일논의 촉발의 계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경제회생대책으로 그는 금융종합과세 적극보완과 세율인하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경제회생을 위한 국민의 동참을 누누이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