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태/權의원 출두]「추가1억」 밝혀지자 거부 철회

  • 입력 1997년 2월 12일 07시 53분


이미 한보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일이 있다고 밝혔던 국민회의의 權魯甲(권노갑)의원은 검찰출두 여부를 놓고 엎치락뒤치락을 계속했다. 권의원은 지난 5일 한보자금 수수사실을 털어놓은 이래 줄곧 『검찰에 가서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하겠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11일 열린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동의원총회가 「검찰출두 거부」를 결의하자 권의원은 『의총결의에 따르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권의원의 검찰출두 거부방침은 이미 10일 오후와 11일 오전에 잇따라 열린 당 대책회의에서 내부적으로 결정됐었다. 대책회의에 참석한 국민회의의 핵심관계자들은 우선 특혜를 가능케 한 「외압」이라는 본질이 호도되는 상황을 뻔히 보면서 검찰의 「물타기수사」 「야당끼워넣기수사」에 「들러리」역할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강제소환될 때까지 버티는 과정에서 검찰수사의 부당성을 최대한 부각시킬 수도 있고 복잡하게 전개되기 시작하는 여권내 「파워게임」 추이를 보아가며 출두여부를 결정하자는 의견도 개진됐다. 이같은 국민회의의 내부기류는 11일 합동의총에서 그대로 반영됐고 자민련도 이에 동조, 별다른 문제없이 결의에 이르렀다. 또 이날 국민회의는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국회소집 협상에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권의원 버티기를 위한 시간벌기 작전(현역의원의 경우 회기중에는 본회의 의결이 있어야 구속이 가능)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의총이 끝난 뒤 상황이 갑작스럽게 달라졌다. 우선 권의원이 이미 밝힌 1억5천만∼1억6천만원 이외에 신한국당의 鄭在哲(정재철)의원으로부터 지난해 10월 한보자금 1억원을 건네 받았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져 더욱 궁지에 몰리는 상황이 됐다. 또 이날 의총에서 「검찰이 정식으로 피의자소환요구서나 참고인 소환장을 발부할 때까지 소환에 응하지 말자」고 결의하자 검찰이 곧바로(11일 오후 5시경) 소환장을 전달, 권의원의 출두거부 명분이 크게 약화되는 상황이 됐다. 결국 권의원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의총결의 명분도 약화되자 당초 생각대로 검찰에 출두, 정면으로 대처하겠다는 쪽으로 대응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최영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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