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리스트」정치인숫자 갈수록 눈덩이…유언비어 확산

  • 입력 1997년 2월 2일 19시 57분


[崔英勳기자] 한보특혜대출의혹사건에 연루돼 있다고 소문난 정치인의 숫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정가에는 출처가 불분명한 「폭로, 한보리스트」란 제목의 괴문서까지 나돌고 있다. 다른 대형사건 수사 때는 초기에 정치인 관련소문이 나돌다가도 수사가 본격화하면 기세가 한풀 꺾이는 것이 보통이었다고 검찰관계자들은 말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중인데도 루머가 진정되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한보특혜의혹사건이 수서비리사건 등 과거 정치권관련 비리사건과는 다른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검찰관계자들은 설명한다. 먼저 이번 사건이 대선을 10개월여 앞두고 터졌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서 얼마남지 않은 대선을 의식해 증시에 떠도는 소문과 자체 수집한 첩보 등을 검증없이 마구잡이식으로 유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91년 수서사건은 盧泰愚(노태우)전대통령 집권후반기에 터지기는 했지만 대선을 1년10개월여 남겨두고 있었다. 또 로비의 핵심이 달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수서사건은 비자금수사로 뒤늦게 확인됐지만 노전대통령이 1백억원을 받는 등 비리의 핵심이었다. 여야 정치권은 수서지구에 조합주택을 건설하도록 인가해달라는 집단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들러리」로 끼어든 셈이다. 그러나 한보사건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단 한푼의 돈도 받지않았다』며 성역없는 수사를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3조원이나 되는 천문학적 규모의 대출이 최소한 여권핵심이나 실세의 관여없이 어떻게 가능했겠느냐는 의혹 때문에 루머가 나돌 수밖에 없다고 검찰관계자들은 분석한다.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이 로비를 한 기간과 독특한 로비스타일도 루머확산에 한몫을 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수서사건과 관련한 로비는 89년말부터 90년말까지 약1년동안에 이뤄진 반면 한보사건은 최소한 5, 6년간 장기간에 걸쳐 진행됐다. 이때문에 로비대상이 훨씬 많았을 것이고 의혹의 대상도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수서사건때 정치권에서 먼저 택지특혜공급 사실이 흘러나와 곤욕을 치른 정총회장이 주력기업인 한보철강이 부도날 판인데 얼마나 로비를 했겠느냐고 검찰관계자들은 말한다. 한 검찰관계자는 『루머를 근거로 정치인의 실명이 거론되고 있는 데도 단 한명의 의원도 이를 문제삼지 않는 것이 더욱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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