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재난 느는데 인도주의 ‘퍼펙트 스톰’ 위기”

  • 동아일보

방한한 차파가인 IFRC 사무총장
“무기 사려고 인도주의 지원 줄여
예방투자 안하면 값비싼 대가 치러
재건 성공사례 韓, 국제지원 주도를”

자강 차파가인 국제적십자사·적신월사연맹(IFRC) 사무총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서울사무소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현재 세계가 “인도주의 위기의 ‘퍼펙트 스톰’”에 처했다며 국제사회의 연대를 촉구했다. 대한적십자사 제공
자강 차파가인 국제적십자사·적신월사연맹(IFRC) 사무총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서울사무소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현재 세계가 “인도주의 위기의 ‘퍼펙트 스톰’”에 처했다며 국제사회의 연대를 촉구했다. 대한적십자사 제공
“재난과 분쟁으로 인한 위기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국제기구에 대한 지원금은 줄고, 정치적 해결책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인도주의가 말 그대로 ‘퍼펙트 스톰’을 맞고 있다.”

국제적십자사·적신월사연맹(IFRC)의 자강 차파가인 사무총장(59)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사무소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곳곳에서 분쟁과 기후 재난 등으로 인도주의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분쟁을 끝낼 정치적 해법을 찾으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며 국제사회의 연대를 촉구했다.

네팔 출신인 차파가인 총장은 한국 정부, 대한적십자사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024년에 이어 두 번째로 방한했다. 1919년 프랑스 파리에서 창립된 IFRC는 전 세계 적십자·적신월사 협회를 아우르는 인도주의 기구로, 재난 대응과 보건·구호 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연쇄 강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베네수엘라 현지 상황에 대해 그는 “아주 절박한 상황”이라며 “인프라가 파괴되고 통신도 부분적으로만 복구된 상태라 피해 지역에 접근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는 지진으로 주택, 병원 등 주민들 삶의 터전이 무너진 상태라며 “베네수엘라 현지 적십자가 즉각 대응에 나섰고 여러 단체와 각국 정부가 돕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추가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분쟁과 기후재난이 이어지고 있지만 구호 업무 등을 하는 국제기구에 대한 지원은 줄어드는 추세다. 세계 최대 인도주의 자금 공여국인 미국은 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유엔 등 각종 국제기구에 대한 지원금을 대폭 삭감했다. 차파가인 총장은 “많은 국가에서 지원금을 줄여 IFRC를 포함한 인도주의 기관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가장 슬픈 건 무기 구매를 위해 인도주의 지원금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라며 “생명을 구하는 지원은 줄이면서 무기 투자는 늘리는 현실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최근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확산된 변종 에볼라 바이러스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뒤 각국의 보건 투자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차파가인 총장은 “위기에 대한 대응은 예방보다 훨씬 값비싼 대가를 요구한다”며 예방투자 소홀이 결국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올 거라고 경고했다.

차파가인 총장은 한정된 자원으로 늘어나는 인도주의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재난 발생 국가가 주도적으로 대응하는 ‘현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6·25전쟁 뒤 국제사회의 지원을 발판으로 삼되 스스로 재건의 주도권을 쥔 현지화의 성공 사례”라며 “한국은 자국의 성공 서사를 공유하고, 기술·인력·자원의 여러 측면에서 국제사회를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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